배고픔의 자서전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 책의 제목과 이야기가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을 들었을 때 나는 섣불리 이 책이 폴 오스터의 <빵굽는 타자기>처럼 배고픈 작가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것이라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폴 오스터의 책에서는 빵 한 조각을 얻기 위해 글을 쓰고, 또 쓰는 작가의 모습이 나왔다면 이 책 속에서는 어린 시절부터 항상 배고픔에 시달렸던 작가의 모습이 등장하고 그녀가 글을 쓰는 것은 책 말미에 가서야 등장한다. 폴 오스터에게 글은 먹고 살아갈 수 있게끔 만들어준 무엇이라면, 아멜리 노통브에게 글은 배고픔을 잊게 해줄 수 있는 무엇으로 자리하는 것이다.

  배고픔. 그녀가 말하고 있는 배고픔은 단순한 허기짐이 아니다. 외교관의 딸이라는 점때문에 그녀는 굶주림과는 먼 생활을 한다. 하지만 그녀는 늘 배고프다. 그녀의 배고픔은 우리가 비유적으로 얘기하는 '지적으로 배고프다', '정신적으로 목마르다' 이런 식의 내용과 맞닿는다. 일본, 중국, 뉴욕, 방글라데시, 벨기에를 떠돌며 그녀는 항상 배고픔을 느낀다. 달콤한 초콜렛을 훔쳐먹기도 하고, 위스키에 취하기도 하고, 몇 리터의 물을 마셔대기도 하고, 아예 굶기도 하고, 책에만 빠져서 하루종일 책만 읽기도 하지만 그녀에게 배고픔은 생활이고 숙명으로 다가올 뿐. 그런 그녀가 결국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글을 쓰게 되며 편안함을 느끼게 된다.

  아멜리 노통브의 자전적 이야기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었지만 이 책은 그녀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지루했다. 물론, 곳곳에서 그녀만의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글의 구성, 혹은 센스같은 건 느낄 수 있었지만 그래도 이전의 책들보다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내가 아멜리 노통브의 책에서 기대했던 바(허를 찌르는 구성, 끊임없이 이어지는 대화)와는 어긋나서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하나의 인간으로의 작가 아멜리 노통브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줄 수도 있겠지만 내게는 뭔가 어수선하고 복잡하고, 지루하게만 느껴졌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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