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개츠비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75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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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많은 판본으로 만나볼 수 있는 <위대한 개츠비>. 이 책 뒷표지에 쓰여진 바에 의하면 '현재까지 확인된 <위대한 개츠비>의 번역본은 역자 24명에 52개 판본'이 있다고 한다. 이렇게 많이 나온 번역본들 중에 제대로 된 것은 거의 없었다고. 사실 나는 예전에 다른 번역본으로 개츠비를 처음 접했었다. 하지만 워낙 번역이 엉망이라 짜증이 나서 도저히 못 읽겠다는 생각에 결국 포기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별로 두껍지는 않지만 <위대한 개츠비>는 내게 너무 거리감있게 느껴졌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번에 민음사 판본으로 읽고나니 그동안 꺼려했던 개츠비와 조금은 가까워진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 이야기는 데이지라는 한 여자에 대한 개츠비란 사람의 변치않는 사랑이야기(거기에 질투 혹은 소유욕까지)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떻게 보면 물질문명이 안겨다준 폐해를 들여다볼 수 있게끔해줬다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측면에서보면 정체를 알 수 없는 개츠비란 남자의 베일이 하나씩 벗겨져가고 마침내 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이야기, 혹은 도덕적으로 타락한 사람들이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이런 모든 것들이 비교적 얇은 <위대한 개츠비>를 이루고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여러가지 소재들을 맛볼 수 있었지만 그것이 결코 산만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다. 그저 개츠비와 그를 바라보는 닉 캐러웨이를 둘러싼 하나의 배경이고, 하나의 사회고, 하나의 문화 정도로 인식할 수 있었다.

  1920년대 미국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적인 배경을 알면 좀 더 책을 읽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혹 이런 과정(시대적인 배경에 대한 선행학습정도)이 귀찮다면 짧게는 역자가 붙여놓은 해설을 읽고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싶었다. 물론, 우리의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는 않지만 물질적인 욕망을 찾는, 혹은 집착을 사랑이라 생각하는 모습 등에서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얇긴 하지만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책의 두께보다 훨씬 큰 책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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