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까지 윤곽이 드러나지 않은 퍼즐

모방범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30
미야베 미유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7월

  이전에 이미 <인생을 훔친 여자>와 <이유>,<용은 잠들다>로 만나본 미야베 미유키. 그녀의 흡입력 있는 이야기를 알기에 이번 작품인 <모방범>도 500페이지 남짓하는 책이 3권이나 나옴에도 불구하고 그녀를 믿고 읽기 시작했다. 

  1권은 1부,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는 크게 세부분으로 나누어 진행된다. 신이치라는 소년이 개를 산책시키다가 공원 쓰레기통에서 젊은 여성의 것으로 추정되는 오른쪽 팔이 종이봉투에 담긴 채 있는 것을 발견하면서 시작된다. 불과 1년 전 가족이 무참히 살해당한 경험이 있는 신이치는 애써 잊으려 애쓰던 그 사건이 다시 수면으로 부상해옴을 느낀다. 몇 달 전 갑자기 집에 오는 길에 실종된 마리코의 가족들은 혹여 그녀의 시신의 일부가 아닐까하고 수사본부를 찾게 된다. 밝혀진 시신(의 일부)은 그녀로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신과 함께 발견된 핸드백이 마리코의 것임이 밝혀지고, 범인은 대담하게도 마리코의 외할아버지인 아리마 요시오를 전화로 농락하기 시작한다. 또 한 켠에서는 실종된 여성들과 관련된 르포를 쓰려고 했던 시게코의 이야기도 진행된다. 동시간 적인 이야기들을 다양한 사람들의 경험을 통해서 보여주는 방식은 다소 산만하긴 했지만 한 사건을 둘러싸고 직접적, 간접적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바라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2부에서는 1부 마지막에 등장한 진범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현재에 발생한 사건과는 직접적인 이야기는 아니지만 한 인간의 내부에 축적된 '악'의 에너지를 근원으로 거슬러 올라가 바라볼 수 있다는 점이 좋다. 1부에서는 전화음성으로만 등장했던 범인의 참모습을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이런 1,2부의 이야기들은 각각이 개별되어 있지만 나름대로 통합적인 성격을 띄기도 한다. '언제', '어디서', '누가', '무엇을', '어떻게', '왜'. 기사를 구성하는 이런 요소들이 이 책 속에서는 마치 퍼즐을 맞춰가듯이 하나씩 등장하고 있다. 총 3권의 책 중 1권인 이 책은 아직까지는 많은 부분이 빠져있는 퍼즐이지만 조금씩 퍼즐은 맞춰져가고 있다. 아직 사건의 전모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하나씩 사건의 진모에 접해가는 과정이나 각각의 인물들의 감정묘사들, 하나의 사건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들에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미야베 미유키의 책들은 가볍지만은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무겁지도 않기에 두께감이 있어도 손에 놓을 수 없었다. 이어지는 2권과 3권에서 과연 어떤 숨겨진 이야기들이 등장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