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스경감 등장하다.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 ㅣ 동서 미스터리 북스 100
콜린 덱스터 지음, 문영호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6월

  모스 경감시리즈의 첫 권인 이 책을 뒤에 나온 다른 책들을 먼저 읽은 뒤에 뒤늦게 만나보게 되었다. 거꾸로 읽어서 그런지 몰라도 이 책에서 아직까지 좀 다듬어지지 않은 채로 그만의 색깔을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다른 시리즈도 읽은지가 좀 되서 기억이 가물가물한 감이 있지만 어디까지 내 기억 속에 남은 모스 경감의 이미지와 비교해볼 때)

  책의 제목에서 나오는 우드스톡행 마지막 버스. 그 버스를 기다리다가 히치하이킹을 하게 된 두 아가씨. 한 아가씨는 술집 주차장에서 강간당하고 옷이 찢어진 채 발견되고 나머지 한 아가씨의 행방은 묘연하다. 일단 함께 있었던 여자를 찾던 모스경감은 이 일이 수월찮자 차를 태워준 남자를 찾는 일로, 마지막엔 살인범을 찾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의 눈 앞에 펼쳐지는 사건의 전말.

 사건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사람들은 모스경감과 이야기를 하면서 진실과 거짓을 섞어서 이야기한다. 그 누구도 진실만을 얘기하지 않았고, 그 누구도 거짓만을 말하지 않았다. 때문에 모스경감은 어떤 것이 진실이고 어떤 것이 거짓인지 옥석을 가려내는 일과 더불어 '누가',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를 밝혀내야만 했다. 사건이 잘 풀리지 않으면 십자말풀이를 할 때 잘 안 풀리면 다른 문제를 풀어보는 것처럼 전혀 다른 것에 대해서 생각해보기도 하고, 그 와중에 여자를 만나 애타는 사랑을 해보기도 한다. 대단한 트릭은 없는 내용이지만 밝혀진 결말 앞에 마음이 짠해짐을 다소나마 느낄 수 있기도 했다.

  모스 경감이 시리즈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은 나이가 들었음에도 여자를 보면 정신이 팔리는 모습이나, 여느 탐정들처럼 흔들림없이 해답을 머릿속에 넣어두는게 아니라 이리저리 사건이 안 풀려 방황하는 모습 등이 인간적으로 다가와서가 아닐까 싶다. 게다가 모스경감의 옆에서 그를 돕는 루이스의 가정적이고 평범한 모습은 책을 읽는 독자와 비슷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스경감이 "우리는 사건의 종착점에 도착했네"와 같은 말을 할 때, 어리둥절해하는 그런 모습같은 점들이) 게다가 루이스와 모스경감, 이 콤비의 쿵짝이 잘 맞아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것 같다. 술과 여자를 좋아하고 유쾌하고 귀여운(모습말고 행동이) 미중년 모스경감. 앞으로 그의 모습을 더 많이 만나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