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수생활백서 - 2006 제30회 오늘의 작가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민음사 / 2006년 6월
평점 :
절판


  청년 실업자가 몇 십만명이나 되는 현실. 그 현실 속에서 많은 수의 사람들은 어떻게든 취업을 하겠다고 아둥바둥 발버둥을 치고 있다. 사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꼭 그 일을 해야겠다는 목표에서가 아니라 취업을 하려는 사람보다 남들이 좋다니까, 그래도 직장은 있어야하니까, 그래도 돈이 필요하니까 등의 현실적인 이유로 취업을 하고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는 대학의 졸업이 점점 다가오고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실업문제 관련 뉴스들을 들으며 점점 현실에 눈을 뜨게 된다. 내가 이러다가 취직도 못하고 백수로 지내야하는 게 아닐까 하면서 토익점수를 높이기 위해 공부를 하고, 자격증을 하나라도 더 따려고 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오기도 하는 등 갖가지 노력들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현실에 매달리고 있는데 여기 한 사람. 책을 읽을 시간을 뺏기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자발적 백수의 길을 택한 여자 '나(서연)'가 있다.

  돈이라곤 책을 살 돈 정도만 필요한 서연은 아버지의 신세라곤 집에 얹혀사는 정도만 진 채 주유소나 편의점과 같은 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신이 쓸 돈을 번다. (이마저도 가끔가다가 필요할 때만) 이 외에 시간은 그녀에게 오로지 책을 읽기 위해 존재하는 시간일 뿐이다. (가끔 영화도 보지만) 서연을 이야기 외에 이 책에는 또 다른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공부도 잘 하고 예쁘게 생겼지만 쉽게 지루함을 느껴 번번히 회사를 때려치는 친구 유희나 로맨스소설에 심취해 있는 친구 채린. 그리고 오로지 돈 많은 여자를 잡아보겠다는 생각에 빠져있는 경. 이렇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은 현실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속에 있는 인물들은 왠지 모르게 비현실적인 세계를 살아가는 것만 같다. 그나마 현실적인 인물이라곤 서연의 아빠인 것 같았다. 달랑 두가지 메뉴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데 성공했지만 그저 자신의 일을 묵묵히하면서 그 이상의 욕심은 부리지 않는 모습. 그리고 자발적 백수로 살아가고 있는 딸에게 신경을 안 쓰는 척하면서 살짝씩 신경을 써주는 모습 등이 인상깊게 남았던 것 같다.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300페이지 가량의 이 책은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오죽 책을 좋아해 자발적 백수생활을 하는 인물이 주인공이다보니 퍽하면 다른 책을 인용하거나 작가의 말을 인용한다. 제목만 언급된 책은 제외하고더라도 50편에 가까운 책들이 이 책 속에는 녹아있다. 물론, 짤막하게 인용된 말들은 가끔씩은 너무 과한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젊은 작가가 써낸 책이라 그런지 인터넷 세대들이 읽어도 지루하지 않게 읽어갈 수 있을 것 같았던 책.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한 달에 30~60권의 책을 읽어해치우는 주인공 서연과의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을 듯 싶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백수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하는 궁금증을 가진 독자라면 실망하지 않을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건 백수의 '현실'이 아니라 백수의 '꿈'이니까. 이루어질 수 없는 파라다이스이기에 더 멋져보일 수는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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