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자크와 바느질하는 중국소녀
다이 시지에 지음, 이원희 옮김 / 현대문학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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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장난 삼아 연애한다는 기분으로 그 책을 대강 훑어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책을 펼친 그 순간부터 책에서 손을 뗄 수가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책들은 대개 재치가 넘치고, 때로는 재미있는 사상으로 구성되거나 깜짝 놀랄 정도로 기발해서 평생 잊혀지지 않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단편집들이었다. 나는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장편을 그다지 신뢰하지 않았다. 그러나 어떤 비속함도 없이 철저한 개인주의를 그린 <장크리스토프>는 내게 새롭고 유익한 사실들을 듬뿍 가르쳐주었다. 그 책이 아니었다면 나는 개인주의라는 것이 그토록 탁월하고 폭넓은 것인지 결코 이해하지 못했을 것이다. 도둑질을 해서 <장크리스토프>와 만났을 때까지만 해도 재교육까지 받은 나의 빈약한 머리로는 한 개인이 전세계와 맞서 싸울 수 있다는 걸 몰랐다. 장난 삼아 시작한 연애가 위대한 사랑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사용한 과장된 허풍조차 작품의 아름다움에 해를 끼치는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글자 그대로 수백 페이지의 거친 강물이 나를 집어삼켰다. 내게 있어서 그건 생각할 수 있는 최고의 책이었다. 그 책을 다 읽고 나니 침범할 수 없는 개인적인 삶도, 세상도 더 이상 이전의 것과 같지 않았다. -152~3쪽

소설을 이야기하면서 나는 소설의 구조, 복수의 주제를 얽어놓은 짜임새, 확고하고 교묘하면서도 대담한 솜씨로 결론을 끌어내는 복선에 이르기까지 소설가의 기교를 명확하게 볼 수 있게 되어 내심 몹시 놀랐다. 그것은 유쾌한 놀라움이었다. 그것은 멋진 등걸, 무성한 나뭇가지, 굵직한 뿌리를 드러낸 채 땅에 누운 뿌리 뽑힌 거목을 보는 것과 같았다. -172쪽

감옥에 갇히시기 전에 아버지께서, 춤은 남에게서 배울 수 없는 거라는 말씀을 종종 하셨어. 그 말씀이 맞아. 다이빙이나 시를 쓰는 일도 춤처럼 혼자서 터득하는 거야. 아무리 평생 훈련해도 열매처럼 가뿐히 낙하할 수 없는 사람들은 공중에서 바위가 떨어지는 것처럼 떨어질 뿐이라구.-193~4쪽

발자크 때문에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는 거야. 여자의 아름다움은 비할 데 없을 만큼 값진 보물이라는걸 -25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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