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11 - 도시의 수도승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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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권에서 맛본 자반 고등어처럼 짭조롬한 이야기들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식객 11권과 12권이 출간되었다. 이번 책의 제목으로 붙여진 '도시의 수도승'을 비롯해 이번 책에서는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차마 맛을 볼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이번에는 총 5편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첫번째 이야기인 '24시간의 승부'에서는 친구과 함께 설렁탕 창업을 하기 위해 노력하는 박씨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빨리 창업을 하겠다는 마음이 앞서 그가 놓친 것이 무엇이었는지, 또 그가 그 일로 깨달은 점을 우리는 어떻게 받아들여야할 것인지 잠시나마 생각해볼 수 있게끔 해주는 이야기가 진행된다. 설렁탕 한 그릇을 끓여내기 위해 주방에서는 얼마나 정성어린 손길이 이어지는지 잠시나마 느낄 수 있는 이야기였다.

  두번째 이야기인 '장마'와 세번째 이야기 '도시의 수도승', 그리고 네번째 이야기인 '가족'에서는 앞서 말한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없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세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사정은 다르지만 그들은 어쨌거나 음식을 마음대로 먹을 수 없고, 식욕은 자제한 채 살아가야만 한다. '장마'에 등장한 건축가는 위암때문에 음식을 먹을 수 없게 되자 그 대신에 책을 통해 위안을 받고, '도시의 수도승'에 등장한 보디빌더는 자신의 근육이 좀 더 발달되었을 때, 그리고 좀 더 무거운 무게를 들어올렸을 때 위안을 얻고, 마지막 '가족'에 등장하는 복서는 가족들때문에 위안을 얻게 된다. 그들은 비록 음식으로는 마음껏 배를 채울 수 없었지만 마음만은 배고프지 않았기에 그나마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사실 그동안엔 보디빌더들의 근육을 보며 좀 징그럽다는 생각을 하고, 저렇게까지 근육을 키워야할까라고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실제 그들의 식생활을 바라보니 프로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지방이 붙으면 근육이 묻히기에 닭가슴살만 구워서 먹는 모습. 소금도, 지방도 없는 식단을 하루 이틀도 아니고 몇 년씩이나 먹는 그들의 모습. 식욕이라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을 누르고 신체의 근육을 발달시켜가는 그들의 모습은 직업때문에 어쩔 수 없다하지만 안타깝게까지 보였다.

  우리는 사실 하루에 세끼씩 밥을 먹으면서 정작 밥의 소중함은 잊고 살아간다. '장마'의 건축가처럼 우리는 먹을 수 없게 되었을 때 비로소 그것을 안타까워하며 그리워할지도 모른다. 내 입에 들어가는 쌀 한 톨, 물 한 방울까지. 그 모든 음식이 우리에겐 소중한 것임을 식객을 통해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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