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 이야기' 책 표지와 '로제타 스톤'

(로제타 스톤 - 1799년 나폴레옹 원정군이 아프리카의 로제타 마을에서 발견한 현무암인 로제타 스톤에는 세 가지 문자가 적혀 있다)

학자들이 분석.연구한 결과, 발견된  로제타 스톤은 같은 내용을 세 가지 글자로 써놓은 비문임이 밝혀졌다. 높이 1미터, 폭 70센티미터, 두께 약 30센티미터 크기의 석관 표면에는 상.중.하 3단으로 나누어 각각 다른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상단에는 사람 또는 짐승 따위를 형용한 상형문자(성각문자)가, 중단에는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 같은 홀림체문자(민용문자)가, 하단에는 그리스 문자가 새겨져 있었다.

윗부분의 상형문자는 다소 파손되어 약 3분의 1인 14줄밖에 남아 있지 않았으나, 하단에 있는 그리스어를 단서로 이미 파손된 이집트 문자를 해독할 수 있음이 분명했다.

 

'암호 이야기' 이 책을 처음 받아본 필자는 한참을 읽고 난 후에야 해외번역서가 아닌 국내 작가(박영수 님)의 작품임을 인식했다. 우선 겉표지에서 보다시피 심플한 디자인이 外書같은 분위기와 조금은 두터운 듯한(304쪽) 내지속에 풍부한 자료, 그리고 쉽게 국내에서 다루지 않았던 분야(암호학)에 선입관을 갖게 되는 오류를 범했고, 저자가 한국명임을 확인을 하지 못한 필자의 성급한 불찰이었다. 각설하고 암호하면 남자들은 우선 군대에서 많이 다루었던 '암구호' 나 어드벤쳐 영화에서 자주 사용하던 것을 떠올리게 된다. 그 만큼 암호는 특정 사건이나 중대한 일에 비밀스런 기록으로 남길 수있고 또 노출될 경우에도 그 내용을 감출수 있다는 매력적인 언어이기 때문이다.

암호에 대해 파고들다보면 자연스레 역사의 뒷골목을 구경하게 된다. 왜냐하면 인류의 문명과 학문은 암호의 변천사와 맞물려 있고, 알려지지 않았던 역사의 또 다른 모습을 재발견하는 비밀의 단서가 '암호' 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부제가 '역사 속에 숨겨진 코드' 인 것 처럼 암호는 역사와 동떨어져 생각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역사의 중요한 장면마다 '암호' 가 어떤 역활을 해왔으며, 그 암호로 인해 역사의 나침반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들려준다.

 

역사 속의 장면장면들을 소개하다 보니 흥미롭고 호기심을 당기는 다채로운 에피소드들이 포함되어 있음은 물론이다. 고대문명의 발상지들을 찾아가 암호의 유래와 역사를 추적하는가 하면, 카이사르 암살 음모의 배경에 숨어 있던 암호와 관련된 일화, 최초의 여자 스파이였던 마타 하리의 일생,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족의 언어가 암호로 사용된 과정, 제1, 2차 세계대전 중 스파이의 활동과 전쟁의 승패까지 좌우했던 암호의 중요성 등등. 게다가 '우리나라의 암호 문화'(21장)에서 소개하고 있는 한글로 만든 암호표는 현재도 활용 가능한 암호들이며, 주민등록번호나 신용카드번호에 숨은 암호까지 다양한 '암호' 의  형태들을 보여준다.

 

암호는 우리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우리의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아직도 "내가 암호를 사용하고 있다고?" 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시 한 번 곰곰이 생각해보라. 자신이 기억하고 있는 웹사이트의 비밀번호나 다른 사람들이 알아보지 못하도록 다이어리에 대충 흘겨 쓴 글씨나 기호들, 연인들끼리 상대를 부르는 둘만의 애칭, 메신저나 문자 메시지를 통해 하루에도 수차례씩 보내는 이모티콘이나 신세대의 난해한 용어들.... 이외에도 '암호' 와 관련된 작품이나 영화는 수도 없이 많다. 대표적으로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2004년 최고의 베스트셀러였던 <다빈치 코드>, 안젤리나 졸리가 주연한 영화 <툼 레이더>, '데이지' 가 또 하나의 암호가 되었던 영화 <데이지>, 제목에서부터 첩보나 비밀스러움을 보여주었던 TV드라마 <달콤한 스파이> 등등.



 

암호나 기호학은 우리 주변에 수없이 널려 있다. 단지 '암호를 풀어보라' 혹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비밀' 이라는 식으로 말해주지 않으면 알지 못하고, 왠지 거창하고 어렵다는 생각부터 들기 때문에 외면했던 것이다. 암호는 알면 알수록 빠져드는, 빠져들면 빠져들수록 더욱 강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분야다. 암호, 어렵고 골치 아픈 것이 아니라 이미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충분히 활용하고 있으며, 암호에 대해 궁금해하는 모든 것들은 이 책 속에 고스란히 들어있다.

 



최초의 암호장치,
스키테일 - 원통형으로 감으면 문장이 나타나도록 돼 있다.

최초의 암호장치는 기원전 400년경 고대 그리스인들의 군대사령관들 간의 비밀통신에 사용됐다. 당시 그리스의 도시국가에서는 장군을 다른 지역에 파견할 때 길이와 굵기가 같은 나무봉 2개를 만들어 하나는 본부에 두고 나머지는 파견인에게 주었다.

 



쐐기문자 알파벳 발음표

문자표기는 처음엔 단순히 기억 보조장치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기원전 2900년경에 이르러서는 흥미로운 사건이 있었다. 원시 그림문자에서 즐겨 사용되던 곡선이 사라지고 순전히 직선으로만 이루어진 문자체계가 탄생한 것이다. 이때의 글씨 모양들은 주로 쐐기꼴을 하고 있었는데, 이 특징 때문에 '쐐기문자 cuneiform' 라는 말이 생겼다.

 



 


카르투슈(카르투슈를 풀면 프톨레마이오스와 클레오파트라가 나타난다)

 

마야 숫자의 기호(마야력의 체계적인 발전과정을 이해하려고 할 때 무시할 수 없는 것이 바로 '마야의 수학' 이다. 마야 민족은 일찍부터 0 (零)의 개념을 도입한 수 계산에 익숙해 있었고, 20진법에 기초를 둔 수학체계를 가지고 있었다)

 



트졸킨 역법-한 해 260일을 회전하는 치차도齒車圖

 

 

이집트 성각문자의 알파벳



해독의 단서는 의외의 곳에 있다

해독의 단서는 간단한 데 있었다. 1821년 12월 23일, 샹폴리옹은 자신의 생일에 매우 단순한, 하지만 아주 중요한 단상을 떠올랐다. 언뜻 보기에 성각문자와 그리스  문자의 비율이 3분의 1에 해당된다는 점이 이상하다고 느껴졌던 것이다. 그는 로제타 스톤의 성각문자 수와 대등하는 그리스어 어숴語數를 전부 세어보았다. 그 결과 성각문자는 1419개, 그리스 문자는 486개라는 수치가 나왔다.

 



람세스 조각상



람세스의 해독

 



마야문자의 발음

마야문자는 매우 복잡하다. 현재 약 400만 명 정도가 마야어를 사용하고 있긴 하지만, 마야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어렵다. 어떤 상형문자는 음절로 이루어져 있지 않고 양식화된 단어 그림인 표어문자로 돼 있다.

 



               알베르티 환자 원판                                      암호 원판
 

알베르티가 발명한 환자 원판 換字 圓板 은 복식 알파벳 환자법에 의한 암호였다. 복식환자법 이란, 원판 동심원에 크고 작은 2개의 원판을 놓고 큰 쪽을 고정한 다음, 작은 쪽을 움직여서 해독하고 암호를 쓰는 방법을 가리킨다.

 



악보암호 해독표
(각 알파벳에 적당한 음표를 대응시킨 형태. 이 음표로 악보를 만들면 얼핏 평범한 악보처럼 보인다)
 
마타 하리 (눈을 뜬 채 의연하게 총을 맞은 대담한 임종이 '마타 하리' 의 신화를 낳았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국제적으로 폭넓은 교제를 해온 그녀는 스파이 후보를 찾고 있던 정보국 우두머리들의 좋은 목표가 됐다. 최초로 접근한 나라는 독일이었다. 1914년 마타 하리는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독일 영사로부터 스파이로 활동할 것을  권유 받았고, '첩보원 H21' 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2년 뒤인 1916년 여름, 마타 하리는 전투 중에 부상을 당해 프랑스 비텔에 입원한 스무 살 연하의 연인인 블라디미르 드 마슬로프  Vladimir de masloff (러시아  제1특수 제국연대 소속 청년 장교)를 만나려고 입국비자를 받는 과정에서 프랑스에 포섭돼 이중간첩 활동을  시작했다. 이때부터 그녀는 독일과 프랑스 첩보부 양측으로부터 자금을 받았다. 마흔의 나이에 그녀는 돈에 목말랐기에 첩보세계의 비정함을 간과하고 기꺼이 이중간첩 노릇을 했던 것이다.

 



주민등록증번호 오류 검증 공식

 

열세 자리로 구성된 주민등록번호의 경우 앞의 여섯 자리는 생년월일을 가리키고, 뒤의 일곱 자리의 뜻은 첫 번째 숫자는 성별을 나타내고 2번 째에서 다섯 번째까지는 출생지역번호를 뜻하며 여섯 번째 숫자는 신고 당일 관할관청에 신고순번을 의미한다. 마지막 일곱 번째 숫자는 검증번호(또는 검사수)라고 하는데, 이는 앞에 표기된 숫자들이 정상적으로 조합됐는지 확인하는 일종의 암호다.

 



 

 첫 번째 숫자는 성별을 나타낸다. 남자는 1 혹은 3, 여자는 2 혹은 4이며, 1800년대에 태어난 고령자의 경우 남자는 9, 여자는 0 이다. 또한 1900년대에 출생한 남녀는 1  혹은 2 이지만 2000년대에 출생한 남녀는 3 혹은 4인데, 이는 100년 단위로 번호를  교체하는 데서 비롯된 일이다.


 

이 책에는 중간중간에 암호와 관련된 풀이 문제가 있어 흥미를 돋우고 있고 읽다보면 어느새 암호에 대한 이해와 실생활(비밀스런 연애편지 같은 ^^:)에 충분히 써먹을 수 있는 것들도 있어 쉽고 재미있는 암호.추리.기호학의 입문서이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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