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아름다운 이유

C e l l a r    i n    t h e    S k y

 

 

      내 눈에서 모든 색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에

        내 귀에서 모든 소리를 가져가 버리기 때문에

        내 손 끝에서 모든 느낌을 가져가 버리기 때문에

        아무리 깊은 심연 속에서도 모든 색과 모든 소리와 모든 느낌으로

        반짝이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통증처럼 아름다운 당신....

 

        (하늘 위의 지하실 중에서 - 은행나무 刊)



 언론사가 주목한 베스트 BOOK

 

 지난주에는 대체적으로 5.31 지방선거와 월드컵이 얼마 남지않은 분위기 때문인지 약간은 주춤한 출간과 6월이 되기전에 미리 내자는 분위기가 묘하게 버무려진 한 주였던 것 같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언론이 주목한 베스트 BOOK 에서는 일본의 과거사에 관련된 책(제국의 후예, 슬픈 열도, 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들이 나와 시선을 끌었던 것이 이채로웠고 앞으로의 출간 시기를 놓고 각 출판사들의 고민이 예상되는 한 주가 될 것 같다. 아무튼 아무리 어수선한 6월에도 책을 놓지 않는 독자들이 많았으면 하는 바램이 무리한 희망사항이 아님을 믿고 싶다. 지난 주 약 240여 종 중에서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1세기전 대한제국의 몰락으로 야기된 황족들의 굴곡 많았던 개인사를 알아본 '제국의 후예들' (정범준 지음, 황소자리 출간) 이 책은 한반도 근현대사의 발화점이자 심장부인 대한제국 황실이야기다. 망국에 대한 책임의 일차적 표적이 되었지만, 실은 역사의 심판을 받을 수 있을 만큼의 자리조차 갖지 못했던 이들의 삶을 있었던 모습 그대로 복원함으로써 한반도 근현대사의 빈 페이지를 채우자는 의도를 갖고 있다.

  

흥겨운 입담과 날렵한 필치를 자랑하는 소설가 성석제의 산문집으로 지난 10여 년 동안 여러 언론매체에 음식을 주제로 연재했던 글들을 엄선하여 수록하고, 만화가 김경호의 삽화를 곁들여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있는 '소풍' (창비 출간) 이 책은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1부에서는 너비아니부터 묵밥까지 한끼 식사로 적당한 음식을, 제 2부에서는 냉면과 라면 등의 국수류를, 제 3부에서는 김치, 홍시, 석화젓 등의 곁다리 음식을, 제 4부에서는 국화차 소주 등의 마실거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인도의 커리, 중국의 사천랄계, 베트남의 쌀국수, 미국의 바닷가재 등 세계 각국의 음식들을 함께 소개한다.

 

핵심을 파고드는 전문적인 지식과 유머가 넘치는 도발적인 문체로 널리 알려져 있는 노성두와 미술을 전공한 기자 출신답게 그림을 보는 뛰어난 안목과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가슴 따뜻한 글쓰기로 유명한 이주헌이 풀어낸 명화에 대한 이야기 '노성두 이주헌의 명화읽기' (한길사 출간) 이 책은 저자들의 탁월한 안목으로 선택한 르네상스시대에서 바로크, 로코코, 신고전주의, 현대미술까지 78점의 명화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으며, 각 그림들이 탄생하게 된 시대적인 배경과 미술사에 대한 포괄적인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먼 섬나라 일본에서 텃세 속에 살다 간 한국인들의 슬픈 좌절과 패배를 공정하고 입체적인 시각으로 살펴보는 책 '슬픈열도' (김충식 지음, 효형 출간) 이 책은 김옥균, 역도산, 심수관, 김달수 등 일본 속 한국 핏줄들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으며, 개인과 역사에 대한 탐구적인 시각이 돋보이는 열편의 글들은 재일 한국인에 대한 비화를 흥미롭게 펼쳐 보이고 있다. 또 이 책은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우기고 일전에 독도탐사선을 뒤에서 배후 조종한 아베신조 관방 장관이 한국계라는 어처구니 없는 시대의 아이러니를 이야기하고 있다.

 

철저한 자료조사와 증언자들의 인터뷰, 자료사진 등을 통해 1937년 난징에서 일어난 대학살과 만행의 참상을 생생히 되살려, 영어로 쓰여진 난징대학살에 대한 첫 번째 보고서로 평가받는'역사는 힘 있는 자가 쓰는가' (윤지환 옭김, 미다스 북스 출간) 이 책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중국인 2세이자 역사학자인 저자 '아이리스 장' 은 대학살의 배경이 된 중일전쟁은 물론, 각종 기록과 생존자들의 인터뷰 자료 등을 통해 일본군이 저지른 비인간적인 폭력을 만행을 그려내고 있다. (이 책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추후에 샐러드 book 으로 자료 사진과 함께 다루도록 하겠습니다-책에 대한 최대한 자제력을 가지고 다시 한 번 읽고 올려야겠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시시각각 변해가는 불확실성의 시대, 우리가 갖고 있던 편견을 깨고 미래를 읽어내기 위한 발상의 전환법과 생각의 기술을 알려주는 책'퓨처싱크' (안진환 옮김, 해냄 출간) 이 책은 물리적인 원칙들과 사고의 다양성, 오랜 관찰에 따른 통계, 다양한 상식들을 바탕으로 유형을 명확하게 파악하는 것, 그에 대해 적절하고 혁신적인 결정을 내리는 것, 실제로 미래의 모습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주고 있다. GM, 3M, 포드,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등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을 상대로 컨설팅을 제공하는 미국 WEB사의 사장과 회장(에디 와이어, 아널드 브라운) 이 함께 쓴 미래경영서이다.

 

이밖에도 독점을 차지하고 빼앗기지 않는 기술, 대부분의 기업들이 독점을 차지하지 못하는 이유와 해결책, 독점영역이 사라질 때 대처하는 방법까지 독점의 시작부터 끝까지 상세히 풀어준 '독점의 기술' (밀랜드 M.레레 지음, 권성희 옮김, 흐름 출간).



각 분야에서 돋보이는 역량과 필력을 자랑하는 58인의 당대 지식인과 작가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였으며, 고전의 전체적인 맥락을 살펴보며, 고전이 함축하고 있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오늘 우리의 문제 상황에서 풀어내고 있는 '서양의 고전을 읽는다'
1~4권 (휴머니스트 출간).

시대의 상식에 맞서 새로운 시대 정신의 물꼬를 튼 우리역사의 문제적 천재들을 재조명하고 있으며, 각 인물의 이력과 삶을 따라감으로써 그가 지나온 시대와 그로 인해 변화된 새로운 시대의 차이를 살펴보고, 그가 놓여 있던 시대사적 흐름을 읽어내고 있는
'한국사의 천재들' (이덕일, 김병기, 신성일 지음, 생각의나무 출간-이 책은 이미 지난 페이퍼 '생각의나무를 찾아서' 편에서 자세하게 다룬적이 있다 ) 등이 지난 주 언론이 주목을 이끌었던 책들이다.

 

지방언론에서는 차나무 한 그루를 통해 수천 년 중국의 역사와 문화의 흐름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내고 있는 '차 한잔에 담은 중국의 역사' (강판권 지음, 지호 출간)가 가장 많은 주목을 받았다. 3부로 이루어진 책에서 1부는 차나무의 생물학적 유래와 특성, 탄생설화, 차의 종류, 차의 제조방법과 마시는 방법의 변천, 차구의 발달사 등을 다루었으며, 2~3부에서는 고대 하은주 시대부터 20세기 초까지 중국 역사를 따라가면서 차의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egg book

 

안녕, 오즈 Nichts wie weg!

 

 

지금껏 살아 오면서 이렇게 중대한 결정을 즉흥적으로 내린 것은 처음이었다.

지금 이렇게 비행기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나로서도 잘 믿기지 않는다.

갑자기 벌어진 일 이었다.

거지 같은 학교, 지루하기만 한 일상, 희망 없는 짝사랑의 고통,

그리고 이놈의 지독한 수줍음과 소심함까지.

당장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고만 싶었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에 부대낄 수밖에 없고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아주 멀리  가버리자고 결심한 것이다.

 

나는 사자 머리를 한 양철 허수아비다.

그러니까 오즈로 가야 한다! 

 

소심하고 수줍은 많은, 스무 살 영문과 신입생 루카스는 학교나 사회에서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공적인 일은 그럭그럭 해나가지만 다른 곳에서는 지나치게 낯을 가려서 낯선 사람과 이야기를 하는 데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그래서 루카스는 스무 살이 되도록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지 못했다.

사실 루카스는 1년 전부터 아냐라는 친구를 짝사랑했다. 하지만 더 이상 좋을 수 없을 만큼의 친구 사이로 플라토닉한 관계를 이어가던 아냐에게 다른 남자친구가 생기자 루카스는 희망 없는 짝사랑의 고통 때문에 괴롭기만 하다. 게다가 학교 수업과 다른 학생들에 불만이 많던 루카스는 문장을 단어 하나하나로 토막내는 문예학 수업에 염증을 느끼고 강의실을 뛰쳐나온다.

루카스는 자신이 사자 머리를 한 양철 허수아비라고 여긴다. '오즈의 마법사' 에 나오는 인물들이 자신 안에 숨어 있던 것들을 찾게 되었듯이, 루카스도 자신의 내면에 감추어져 있을 무언가를 찾고 싶어한다. 그래서 낯선 사람들에게 부대낄 수밖에 없고 아무에게도 말을 걸지 않으면 굶어 죽을 수밖에 없는 곳으로 멀리 가버리자고 결심한다. 루카스의 경우, 오즈는 오스테일리아, 그 곳 사람들이 자기네 나라를 오즈라는 애칭으로 부른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표지에서 느껴지는 풋사과의 색 이 서유럽의 젊은 친구들의 생각과 사랑, 그리고 인생관을 읽을 수 있는 색다른 책이다.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또한 재미있는 외모와 함께 톡톡튀는 문장이 신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소설은 루카스라는 독일 대학생이 홍콩을 거쳐 오스테일리아로 여행을 떠나 한 여인을 만나 사랑에 눈을 떠가는 과정을 그린 것이다. 


요헨 틸 Jochen Till 
 
1997년부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해 지금은 독일의 젊은 독자들에게서 폭발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청소년 문학 작가  요헨 틸은 1966년에 프랑크푸르트에서 태어났다. 몇 차례 유급을 당하기도 한 별 볼일 없는 학생이었던 그는 원래 로큰롤 스타가 되고 싶었지만 몇 차례의 밴드 생활 끝에 꿈을 접었고, 대학교에 진학해서 영문학.미국문학.독문학을 공부했다. 그러던 어느 날 문학적 영감이 삶 속으로 들어와 첫 소설을 썼으며, 그 뒤로 만홧가게에서 일하는 시간 외에는 글쓰기에만 전념했다.
 
학창 시절에 학교에서 책 읽기를 강요당하면서 독서에 흥미를 잃었다가 책을 좋아하던 여학생에게 반하면서 다시 책을 열심히 읽게 되었다는 요헨 틸은 존 스타인벡, 도스토예프스키,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존 어빙, 어빙 웰시 같은 작가를 좋아한다. 취미는 영화 보기인데, 좋아하는 영화로는 '후크' 와 더불어 '트루 로맨스' '펄프 픽션' '트레인스포팅'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매그놀리아' 등을 꼽는다.
 
앞으로 부와 명성을 두루 얻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지금까지는 지극히 평범한 작가로서 글을 쓰면서 자신이 아끼는 프랑크푸르트의 만홧가게 '코미카' 에서 만화책을 파는 일에 만족하며 지내고 있다.
 
대표작으로 Obrensausen (2003년 독일 청소년문학상 독자 추천 후보작), Verdammter Dienstag,  Baucblandung 등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여성평론가로 산다는 것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이름, 심형섭. 우리나라 영화평단에서 가장 독보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는 그는 '심영섭' 이라는 필명만큼이나 남성적이고 파워풀한 에너지를 독자들에게 전달해 왔다.

 

 대학에서 생명공항을 전공한 뒤 관심사를 동물에서 '인간의 마음' 으로 옮긴 데 이어 신경정신과 레지던트에서 현대인의 정신병리를 직접 관찰한 경험은 그녀에게 남다른 독해력의 바탕이 되었다. 특히 <씨네21> 에 기고한 날카로운 20자 평론은 수많은 팬을 확보할 정도로 그녀의 이름을 유명하게 하었다. 이 책에는 여성 평론가로서의 솔직담백한 일상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철없는 영화광에서 어엿한 영화평론가가 되어 '영화 보고 노는 애' 에서 '영화 평 쓰는 분' 이 되기까지, 그리고 영화 '내 생에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 에서 자존심 강하고 고집 센 정신과 의사 유정(엄정화 분)의 캐릭터가 바로 자신을 모델로 했음을 알았을 때 느낀 머쓱함, 임산부의 몸으로 '올드 보이' 를 내리 세 번 보는 '위험천만한' 태교 경험, 여성 평론가라는 이름 때문에 페미니즘의 잣대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한계 등을 솔직하고 담담한 어조로 써 내려갔다.

 

상처로 남은 첫 번째 결혼생활과 이혼 이후 혼자서 아이를 키우며 투쟁하듯 살아왔던 십 년의 세월 그리고 꿈꾸던 영화평론가 일을 찾고 진정으로 서로를 이해하는 동반자를 만나 스텝 패밀리로 살아가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심영섭의 솔직한 내면을 발견하는 일은 그의 거침없는 영화 평을 읽는 일만큼이나 흥미롭고 때로는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리학과 화를 두루 렵하겠다는 의미에서 지은 필명 '심영섭' 은 영화에 바치는 그의 사모곡인 것이다.

 

출처 : http://paper.cyworld.com/dam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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