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의 전설

미하엘 엔데 글 / 비네테 슈뢰더 그림 / 김경연 옮김 / 보림출판사
 



 

어느 깊은 산골짜기 숲 한가운데에 경건한 은자가 살았습니다.
이 이야기는 은자의 젊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 시작합니다.


천사와 악마가 있다고 믿던 때
결혼식을 하루 앞둔 날, 사랑하는 여인은 다른 사내와 도망치고
은자는 그 충격에 세상을 등지고 오로지 성서 연구에만 전념합니다.

 






그리스도교 철학자인 토마스 아퀴나스의 전작을 연구하던 은자는
토마스 아퀴나스가 죽기 전에 남긴 마지막 말까지 보게 됩니다.
"자신이 쓴 모든 책은 진실로 속이 빈 지푸라기에 지나지 않는다."
속이 빈 지푸라기를 연구하는 데 온 힘을 쏟아 부었다니
은자는 공부방을 박차고 숲으로 들어가 버립니다.

 






은자는 한 바위 동굴 앞에서 잠을 청합니다.
그때 불 소용돌이가 일며 목소리가 들립니다.
"이곳에 머물라! 내가 여기서 너를 만나고 싶으니라."
은자는 세속을 벗어난 이곳에서 진리를 구하며 영원의 평화 속으로 깊이깊이 들어갑니다.

 





어느 날, 이 외딴 살골짜기에 살인을 저지르고 도둑질을 하다 도망친 사내가 들어옵니다.
죄악으로 물든 빨간 머리의 사내.
은자는 그를 제자로 삼아 영원에 대해 가르치기로 결심합니다.
사내는 정말로 은자가 맘에 들었고 그동안 들어보지 못했던 말들을 들려 주는 게 좋았습니다.
천사와 악마의 이야기, 회개와 기도, 신의 은총 등...
사내는 이 모든 것을 마음에 간직하고 있는 스승이 감탄스러웠습니다.
그는 스승의 말을 다 이해하진 못했지만 편안함을 느꼈습니다.

 






스승은 제자에게 보름달이 뜨는 밤에는 자신을 찾아오지 말라고 합니다.
그토록 기다리던 목소리의 주인공, 가브리엘 대천사님을 만나느라 제자를 볼 수 없다고 합니다.
보름달이 뜨면 스승을 만나지 못하는 날들이 지나가고
제자는 스승이 점점 변해가는 것을 느낍니다.
스승의 눈길은 불안해 보였고, 동굴에 자주 오던 동물들은 자취를 감췄습니다.
제자는 스승이 염려되었습니다.
그것이 대천사 때문이라면 대천사와도 맞설 생각에
그는 보름달이 뜨는 밤에 떠나지 않고 숨어있기로 했습니다.

 






보름달이 떠올랐습니다.
그런데... 그의 눈에 비친 대천사는 독수리 머리와 사자 몸뚱이에 날개를 지닌 괴물이었습니다.
제자는 화살로 그 형체를 쏘아서 떨어트렸습니다.
스승은 울부짖으며 제자에게 저주를 퍼부었습니다.
"진정하십시오. 그건 대천사 가브리엘이 아니었습니다.
성스러운 것은 성스러운 사람에게만 보인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건 제 눈에도 보였습니다."

 






스승과 제자가 떨어진 형체를 확인하러 가보니 그건... 오소리였습니다.
스승은 흐느꼈습니다.
"네 영혼을 구하려 했으나 네가 내 영혼을 구했구나."

 

보름달이 뜨는 밤이면
멀쩡하던 남자는 늑대인간이 되어 울부짖고
드라큐라는 피를 찾아 나섭니다.
무언가 평소에는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들이
보름달의 정기에 이상 현상을 일으키고 말아 버리죠.
세상을 등진 채 평생 진리를 추구하며 영원을 연구하던 은자도
이 메피스토같은 보름달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버리고 맙니다.
한낱 미물인 오소리의 간괴에 넘어갈 뻔 했던 그를 구원해준 사람은
다름아닌 살인자이자 도둑이었던 그의 제자.
"네 눈에는 대천사가 보일리 없다."며 제자의 어리석음을 경멸하던 그는
오히려 자신의 어리석음을 깨닫게 됩니다.
대천사의 구원에 다가섰다고 믿은 그의 자만과
제자와 자신을 구별지으려 했던 그의 교만이
미물의 현혹과 진정한 진리도 구별 못하게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사실과 환상이 잘 어우러진 비네테 슈뢰데의 그림은
깨달음의 모순에 관한 이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 넣어 줍니다.
'보름달의 전설'은 이야기도 짧지 않고 
소개하는 과정에서 캐릭터에 대한 생략이 많았기 때문에
꼭 읽어보시라고 권유하고 싶어요. ^^

"알라의 의지가 미치지 못하는 그런 장소가 정말로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전지전능한 알라의 의지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이미 거기에는 알라의 의지가 미치고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왜냐하면 그의 의지 없이는 아무것도 생겨날 수 없으니까요.
그러한 곳이 없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따라서 그의 의지가 존재하지 않음은 곧 그의 의지가 존재함을 의미합니다.
제한된 인간의 상식으로 보면 이따금 모순처럼 보이는 것들도
완전한 전능함 속에서는 모순이 아닙니다.
악령 이블리스 역시 그에게 속할 수밖에 없고
그 없이는 존재할 수도 없습니다."

미하엘 엔데 - 자유의 감옥 中

 

출처 : http://paper.cyworld.com/book-lo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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