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무라카미 하루키보다는 쿄고쿠 나츠히코에 어울릴법한 제목이다. '기담'이라니. 이 책은 2005년 가을경에 출간된 책이니 제법 빨리 번역되서 나온 셈이다. 사실 이 책보다는 하루키의 에세이가 나오길 바랬는데 이번에도 물건너갔나보다.

이번 단편집에서는 나= 무라카미가 처음으로 등장하는 점이 이채롭고, 재즈를 사랑하는 무라카미 하루키라면 언젠가는하고 기대했던 비장의 일화도 등장한다고. 제목에서 주는 느낌과는 다르게 작가는 '나는 오컬트적인 사실과 현상에는 거의 관심이 없다'고 한다. 하지만 '불가사의'한 일과 인생에서 마주치는 것을 피할 수 없고, 따라서 그 사실을 겸허하게 기술하고 싶다라는 일상에 발을 디디고 있기 때문에 독자들의 신뢰를 높이고 있다고. 대개의 이야기는 초자연적인 요소가 농후하게 들어간 이야기들이라고 하는데. 부디 어둠의 저편에서의 실망감을 떨칠 수 있길 바란다.


 아마 최근들어 가장 조명을 받고 있는 고전작가는 연암이 아닐까싶다. 내가 근 몇 년간 연암이 등장하는 책을 읽은게 족히 5~6권은 되지 싶다. 일반적인 인문학 서적에서뿐만 아니라 소설에서도 모습을 보이는 연암. 그는 어떤 매력을 가지고 있기에 이 시대의 사람들에게 자꾸만 다가오는 걸까. 대개의 책들이 연암의 외형적인 모습. 즉,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느냐에 관심을 가졌다면 이 책은 연암이 무엇을 괴로워했는지, 무엇을 기뻐했는지, 무엇을 슬퍼했는지, 무엇에 분노했는지 연암의 속에 들어가 그의 마음을 읽어본다. 나와 연암의 교감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과정. 그 짜릿함을 이 책을 통해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 누구나 한 번쯤 읽어봤음직한 소설 중에 하나가 바로 80일간의 세계일주이다. 지금이야 뭐 영 불가능한 일만은 아니게 되어버렸지만 어린 내게 있어서 그 이야기는 얼마나 꿈같았는지. 이런 저런 사건을 겪는 포그씨를 보면서 어린 내 가슴은 조마조마했었더랬다. 어린시절 날 그렇게 모험의 세계로 인도한 80일간의 세계일주 완역본이 출간됐다. 그리 두껍지 않은 두께지만 양장본이라 그런지, 삽화가 들어있어서인지 가격은 녹록치않다. 그렇지만 이 책을 통해 다시 어린 시절에 느낀 그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면, 혹은 새롭게 이 작품을 느낄 수 있다면, 아무래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새 한참 재미있게 보는 드라마가 한 편 있다. 아주 괴팍한 성격을 가진 의사가 등장하는 라는 드라마이다. 진단학과를 배경으로 한 의학 드라마이기때문에 매 에피소드마다 뭔가 원인을 알 수 없는 병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환자의 병을 진단하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뭐 물론, 주인공인 하우스 박사가 항상 옳은 길로 인도하지만) 그렇게 이유모를 병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이 뇌에 문제가 있었다. 어떤 사람은 실어증에 걸리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맛을 느끼지 못하고, 어떤 사람은 이유없이 발작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대체 뇌란 어떤 기관이길래, 어떤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에라는 궁금증이 일었다. 그러던 찰나 뇌에 관한 두 권의 신간이 눈에 띄었다. 생리학적인 뇌의 어떤 기능보다는 뇌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라 아무래도 내가 궁금해했던 것들에 대해서 해답을 제시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동안 신문에 연재되던 '장영희의 영미시 산책'을 즐겨읽었다. 국문학을 전공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현대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뭐 현대시를 지도하는 교수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겠지만, 수능을 준비하면서도 현대시는 내게 기피대상 1호였다.) 하지만 누가 강요해서 공부해야만 하는 한국 현대시보다는 그냥 내 마음이 가는대로 느낄 수 있는 영미시가 더 끌렸던 것은 사실이다. 이 책은 신문에서 소개된 칼럼 가운데 사랑에 관한 시만을 다루고 있다고 한다. 예쁜 색채의 그림과 함께 사랑에 관한 시를 읽는 즐거움. 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시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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