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작가에 대한 폭넓은 이해

고전문학사의 라이벌 - 시대와 불화한 천재들을 통해 본 고전문학사의 지평
고미숙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6년 2월

  지난학기 '고전작가론' 수업을 꽤 재미있게 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간 전공수업들은 대개 어떤 작품을 놓고 그 작품을 분석하는데 중점을 두었다면 작가론은 한 작가의 삶과 그 삶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보여주기때문에 작품보다는 인물에 초점이 맞추어진 수업이었기때문에 딱딱하지 않게 그들의 삶을 이해한다는 의미에서 공부할 수 있었다. 그 때 수업시간에 만났던 작가들이 이 책에 다수 포함되어 있었고, 내가 레포트를 제출했던 작가(이옥)도 실려있어 반가움에 선뜻 집어들게 된 책이다. (물론, 선뜻 선택한 것과 달리 진도는 무지하게 안나갔지만.)

  사람은 살면서 저마다의 라이벌을 한 명쯤 가지고 있다. 그 상대는 절친한 친구일 수도 있고, 혹은 사이가 좋지 않은 연적일 수도 있다. 라이벌의 존재로 인하여 사람은 도태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그런 경쟁이 지나치면 독이되겠지만.) 이 책 속에 등장하는 9명의 라이벌들도 절친한 친구이면서 라이벌, 서로 다른 입장을 가진 적과 같은 라이벌로 나뉠 수 있는데 대개는 정권의 서로 반대편에서 각자의 길을 가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젊은 세대와 오래된 세대의 충돌(이인로vs 이규보), 혹은 유교와 불교(김부식 vs 일연), 정권에 참여도에 따른 라이벌(서거정vs 김시습, 정도전vs 권근), 그런 모든 변수보다 가장 큰 변수라 할 수 있는 개인의 성격차에 따른 라이벌 등등. 삼국시대로부터 시작된 문학사의 라이벌들은 조선 후기에까지 이어지고 있다.

  앞서 가볍게 언급했지만. 이 책의 진도는 그렇게 빨리 나가는 편이 아니다. 몇 년 전 수유연구실에서 강의했던 내용을 책으로 출간해낸 것이라 하는데 그 때문인지 대중성보다는 학문적인 측면이 더 강한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 가운데 이름이 잘 알려진 '고미숙'의 이름을 보고 반가워서 구입을 한 독자라면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을 떠올리며 어렵지 않은 문학 이야기를 떠올렸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절반이 넘는 내용은 '정출헌' 교수의 이름으로 실려있고, 때문에 그의 색채가 책에는 강하게 묻어있다. 하지만 조금 빡빡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내용을 잘 따라가고 이해하면 한 인간, 아니 두 인간에 대한 이해, 그리고 시대에 대한 이해에 도달할 수 있게된다. 꿀꺽 삼켜먹는 책이 아니라 꼭꼭 씹어먹어야하는 책이지만 씹을수록 그 맛은 살아나는 책이었다. 국문학 전공자라면 한 번쯤 읽어봄직한 좋은 글들이고, 국문학에 관심이 있는 비전공자들이 읽어도 괜찮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