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학교
이윤기 지음, 북디자인 정병규, 정재규 그림 / 민음사 / 199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흔히 이윤기는 번역가, 혹은 그리스 로마 이야기를 쓴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하지만 그는 실제로 소설을 창작하기도 했고, 대담집에 참여를 하기도 하면서 그의 생각을 흘리곤 했다. 그 중에서 이 책은 다른 어떤 책보다 그의 일상이야기를 아무 거름망없이 들을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사실 이 책은 분량도 그렇게 많은 편이 아니고, 내용도 짤막한 이야기들로 구성되어 있어서 그렇게 부담스러운 책은 아니다. 하지만, 그의 일상에서 우러난 이야기들은 어떤 '교훈'을 제시해주고 있고 그의 삶의 깊이를 느끼게끔 해주고 있다. 그의 번역서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그는 언어를 잘 다루는 편이다. 어떤 말을 쓸 때 상황상황에 맞게 적절하게 언어를 취하고 있었는데, 이런 글은 깔끔하지만 어떤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글을 가지고 어떤 잔재주를 부린다는 느낌이 없어 되려 시원시원하고 정갈한 느낌이 들어서 좋았다랄까.

  이런 문장적인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우리가 익숙하게 접해왔던 어떤 이야기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기도 했으며, 미국에서의 삶의 모습, 세대간의 모습 등을 통해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어떤 편견, 아집, 고정관념 등을 그는 우회적으로 허물어주고 있으며 그 이야기를 받아들일 것인지를 독자에게 맡기며 강요하지 않은 교훈을 주고 있다. (그는 그저 '...가 아닐까요?'라고 독자에게 제안하는 정도로 그치는 편이다.) 우리가 지나치며 살아갈 수 있는 작은 것들에 대한 교훈. 이 세상을 커다란 학교라 생각하며 오늘도 나는 조금씩 배워가는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