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를 하든, 연기를 하든, 연출을 하든, 자기가 하는 일에 깨어 있어야 하는데, 이게 쉬운 일 아니다. 나는 직업상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다니는데,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에게는 한 가지 특징이 있더라. 자기 하는 일에 깨어 있더라는 것이다. 저금하는 놈과 공부하는 놈에게는 못 당한다는 옛말이 있다. 깨어 있는 상태에서 조금씩 조금씩 쌓아가는 전문성, 그걸 뭔 수로 당하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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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이라고 하는 것은 저 좋은 것은 더 좋게 가꾸어 기억하고 저 싫은 것은 슬그머니 '재임용' 과정에서 탈락시켜 버리는 버릇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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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기는 하는데 영화도 보기는 하는데 내용은 도무지 기억을 못하겠다면서 자기 기억력을 안타까워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나는 이런 사람을 만날 때마다 묻곤 합니다. 콩나물이 제가 자라면서 마신 물을 기억하지 못해서 콩나물이 자라지 못하더냐구요. 콩나물이라고 하는 것은 결국 콩이라는 씨앗의 소양 위에 이루어진 물의 퇴적이 아니겠느냐구요.
-3쪽
시험에 실패했다고 절망하지 말아라. 대학을 만들고 학생을 뽑고 공부를 시키는 자들 역시 인간일진대, 너라고 해서 못하라는 법은 없을터, 그러니 네가 대학이 되면 되느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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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방안에서 보낸 알뿌리는 봄에 꽃을 피어내지 못하지요. 미당 서정주는 "나를 키운 것은 8할이 바람"이라고 했답니다. '바람'이 무엇이겠어요? '끼' 같기도 하고 '풍상' 같기도 하네요. 고통의 커리큘럼같지 않은가요? 이제 내 눈에는 미당 자체가 거대한 학교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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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는 사람들 중에는 삶의 가죽을 취하는 사람도 있고, 뼈를 취하는 사람도 있고, 골수를 취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 그 근기에 따라 취한 것을 나름대로 연마한 언어의 그물막으로 싼 것이 글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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