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키튼 14 - 빛이 닿지 않는 세계의 바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마스터 키튼의 14번째 이야기. 어느덧 키튼 시리즈의 마지막이 눈 앞에 서서히 보이고 있는 듯하다. 다른 책보다 유독 제목이 괜찮다고 느낀 '빛이 닿지 않는 세계의 사람'을 비롯해 총 8개의 이야기가 이 책에는 실려 있다.

첫번째 이야기인 <장미 정원>은 제목 그대로 장미정원에서 죽은 메이드스톤의 사업가 에드먼드 라이만의 시체가 발견되며 시작된다. 그의 등에는 정원의 관리인인 에릭 린드의 것으로 보이는 정원용 가위가 꽂혀 있었고, 사건 후 그는 종적을 감추어버린다. 키튼의 어린 시절 친구이자 탐정인 에릭 채프맨은 라이만 부인의 경호를 맡고 있고, 키튼은 라이만의 죽음에 대한 보고서를 쓰기 위해 라이만 부인을 찾아온다. 자꾸 키튼을 떼어내려는 찰리 채프맨. 그리고 이런 방해에도 불구하고 마침내 사건의 진실을 밝혀낸 키튼의 활약이 돋보인다.

두번째 이야기인 <마음의 벽>에서는 임신한 아내를 동독에 남겨둔 채 서독으로 넘어온 한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는 동독에 남은 아내가 죽은 줄로만 알았지만, 그녀는 살아있었고 아이까지 낳았다는 얘기를 듣고 키튼에게 함께 그들을 찾아줄 것을 요청한다. 추적 도중 아내는 죽었다는 소식을 듣지만, 딸은 살아있다는 소식을 듣고 딸의 행방을 찾고, 우연한 도움으로 딸이 한 집에 양녀로 들어갔음을 알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발견하게 되는데... 실제로 구동독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하는 정치범이나 서독으로 도망간 사람들의 자식을 본보기로 강제적으로 양자로 내보냈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를 담당했던 것으로 보이는 구동독 청소년교육청의 관계자는 그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또한, 현 독일 정부는 혼란을 피하기 위해서, 구동독지역에서의 양자찾기 기간을 2년으로 제한하고 그 이후는 이를 인정하지 않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한 슈레이더 같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두 개의 국가로 나뉘었던 독일의 이야기가 앞으로 다가올 통일의 시대에 우리가 겪게 될 또 하나의 비극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히 경제적, 물리적인 문제도 큰일이겠지만, 자신의 핏줄을 찾기 위한 일들은 또 얼마나 많이 벌어질까. 물론, 보고싶은 가족들을 만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에 따라올 정체성의 혼란이나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세번째 이야기인 <면접일>에서는 오랜만에 키튼의 아버지가 등장한다. 헤어진 아내에게 취직을 소개받은 키튼. 그러나 그는 또 얘기치 않은 사건으로 면접을 놓쳐버리고 만다. 또 하나의 위험천만한 일이 벌어지는데...

네번째 이야기인 <탑을 쌓는 남자>에서는 키튼이 옥스포드에서 생활할 때 기숙사 친구였던 미키를 만나는 이야기가 그려진다. 바벨탑의 이야기와 럭비의 이야기로 구성된 이야기는 절망에 빠진 한 남자에게 키튼이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주는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다섯번째 이야기인 <좋은 퍼브 레스토랑의 조건>에는 키튼과 다니엘이 자주 가는 한 퍼브에서 일어나는 사건이 등장한다. 좋은 퍼브의 조건은 양심적인 주인과 바텐더. 밝지만 결코 튀지 않고 그래서 혼자서 오건 여럿이 오건 언제나 맘편하게 있을 수 있는 곳. 하지만 사람들이 좋은 가게를 못 알아보는 관계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은 그런 퍼브. 그 곳이 바로 이 사건의 배경이 되고 있다.

여섯번째 이야기인 <HAPPY NEW YEAR>에서는 논문을 쓰기 위해 콘월로 내려간 키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아이스크림을 사러 갔던 가게의 점원을 우연히 만난 키튼. 그는 그곳에서 그녀의 구애아닌 구애를 받는다. 알고보니 자신의 아이를 되찾기 위해 키튼에게 약혼자 행세를 해달라고 부탁을 한 것. 과연 키튼은 약혼자 행세를 무사히 해내고, 그녀에게 아이를 되찾아줄 수 있을까.

일곱번째 이야기인 <빛이 닿지 않는 세계의 바람>과 <빛을 비추어준 여인>에서는 잇달아 일어나는 비슷한 유형의 시체의 모습. 그리고 그들의 공통점을 찾아낸 키튼. 하지만 사건의 해결은 녹록치 않을 듯 싶은데...

전체적으로 이런 저런 분위기를 가지고 있어서 딱 꼬집어 이 책만이 가지고 있는 느낌을 딱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여전히 키튼만의 모험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3권에서는 그의 가족들이 등장하지 않아 약간 아쉬웠는데 이번 책에서는 아주 약간 그 점을 채울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 좀 부족한 감도 없잖아 있었지만...) 고고학자로서의 그의 모습을 이번 책에서는 많이 찾아볼 수 없었지만, 그가 빨리 안정적인 직장도 구하고 고고학자로 능력도 인정받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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