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키튼 12 - 붉은 바람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1월
평점 :
절판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일에는 어떤 '이유'가 있다. 마스터 키튼 12번째 이야기에서는 그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가장 처음에 등장하는 <카타르니아의 건배>에서 윌리엄 커티스 대위는 자신때문에 동료가 죽었다는 죄책감때문에 한 때 최고의 폭탄제거전문가였지만 지금은 경비업체에서 별볼일 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그는 좋은 사람이지만 술만 마시면 난폭해지고, 떨리는 손때문에 폭탄을 앞에 두고도 포기하고 가버리는 모습까지 보인다. 뒤이은 <미친 태양>에서는 핵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어린 시절 핵이 폭파하는 모습을 보며 꼭 과학자가 되어 자신들의 손으로 원자의 태양을 만들자고 약속한 두 소년. 그들은 과학자가 되었지만, 소련의 붕괴와 핵폐쇄정책등으로 그들은 더이상 연구를 계속할 수 없다. 그래서 한 친구는 시리아로 가서 자신의 핵 연구를 계속하려고 하고, 다른 한 친구는 그가 과학을 올바른 길에 쓰지 않는 것을 막으려 한다. 세번째 이야기인 <보험 조사원이 태어난 날>에서는 키튼이 왜, 어떻게 보험 조사원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고 있다. 우연히 발굴현장에서 일어난 사고를 조사하러 온 지금의 동료 다니엘을 만난 키튼. 그는 갓 들어온 신입 발굴요원이었는데... 과연 어떤 일이 그들앞에 펼쳐져서 10년이라는 시간동안 그가 보험 조사원으로 일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 알 수 있다. 네번째 이야기인 <영원한 느릅나무>에서는 아버지와 아들의 보이지 않는 갈등이 보이고 있고, 뒤이은 <붉은 바람>과 <붉은 슬픔>에서는 어린 시절 나탈리아 선생님의 이름을 걸고 세가지 약속을 한 세 남자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그들이 한 약속은 '가령 서로 떨어져 있어도 우린 서로 배신하지 않는다, 거짓말 하지 않는다, 도망치지 않는다.'라는 것이었다. 시간이 지나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갔던 친구들과 복수에 불타는 붉은 바람. 그가 복수를 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다음 이야기인 <하늘로...>에서는 자살을 하려는 한 소년이 등장한다. 그는 우연히 유리코를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도쿄 근처에 매가 서식하는 곳으로 간다. 집에 갖혀 있는 매를 보며 자신의 처지와 닮았다고 생각한 것이었는지 그는 매를 풀어주고 자신도 자살을 하려고 했던 것. 집에 놓인 유서를 발견한 그의 아버지는 아들의 자살을 막기 위해 키튼과 함께 동분서주한다. 마지막 이야기인 <운동화와 바이올린>에서는 길에서 바이올린을 켜는 한 남자와 소매치기로 일하는 한 여자가 등장한다. 둘의 우정인지 사랑인지, 아니면 믿음인지 묘한 관계를 바라보는 것도 퍽 재미있다.

자신이 믿고 있던 사람에게 배신을 당했을 때, 그리고 자신이 살기 위해서 어떤 사람을 배신해야만 했을 때, 좀 더 많은 이익을 챙기기 위해서, 좀 더 많은 돈을 위해서, 좀 더 높은 지위를 위해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때문에 인간은 하나씩 저마다의 욕심과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들의 삶이 비록 궁핍하고, 형편없더라도 그들은 자신의 신념을 위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인다. (혹은 바뀌려는 모습을 보인다)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왜 그 사건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파고드는 키튼, 그리고 되도록 그 사건을 미연에 방지하려고 노력하는 키튼의 모습이 참 덤덤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발굴현장에 신입으로 들어가 어리버리하는 키튼의 모습도 재미있었고, 여러 사람들이 그렇게 행동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듣는 것도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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