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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 키튼 8 - 표범 우리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 책에서는 거의 절반 가량되는 분량이 걸프전이 일어나기 전에 있었던 뒷 이야기로 채워져있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표범우리>는 책의 첫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뉴스에서 따온 것이다. "도나우 강 근처 동물원에선 사자가 표범 우리에 들어가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라는 다소 황당한 뉴스. 키튼은 이것이 정부에 큰 일이 생겼을 때 전세계에 흩어져 있는 스태프를 불러 모으기 위한 지령이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영국 왕실의 노포크 공은 이라크에서 실종된다. 그가 인질로 잡히면 영국의 입장은 미묘해지게 되므로 여왕의 요청으로 키튼이 그를 구조하기 위한 인물로 뽑힌다. 몰래 이라크에 침입해서 펼치는 노포크 공 구하기 작전. 여기에 부정(父情)이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도 등장하는데...과연 이 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이런 긴장감있는 이야기 뒤에는 70년가량 우정을 나눠왔으나 사이가 틀어진 두 노인을 키튼의 아버지가 화해시키는 이야기, 차가 고장나 우연히 아서 말서스 회계 사무소의 중역들의 모임에 참석한 키튼의 이야기가 등장하고(결코 우연만은 아닌 것 같지만), 서독으로 간 동독 의사를 찾기 위한 키튼의 이야기가 마지막으로 이어진다.
사실 내가 어릴 때 일어났던 일이라 걸프전에 대한 기억이나 지식은 별로 없다. 때문에 단순히 정보전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웠지만, 걸프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도 꽤 흥미로웠다. 어떻게 하여 걸프전이 발발하였는지, 왜 그 전쟁은 일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때로는 딱딱한 책보다는 짧은 만화를 통해서 더 쉽게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절반 이상 긴장감있는 이야기가 진행되다가 뒤쪽에 좀 맥이 풀리는 감이 없지 않았던 것 같다. 순서를 반대로 배치했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랄까.
덧)<금단의 열매>에서 첫부분에는 '세상엔 두 종류의 인간이 있다. 자기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사람과 스스로 개척해가는 사람이"라는 구절이 등장한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한 사람도 키튼을 보고는 "분류가 불가능한 이상한 남자로군"이라는 생각을 한다. 과연 키튼은 어느 쪽에 가까운 사람인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