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키튼 5 - 하얀 여신
우라사와 나오키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1999년 7월
평점 :
품절


앞서 4권에서 키튼의 고고학자로의 모습은 '도나우강 문명설'정도로만 만나볼 수 있었다. 그가 보험조사원으로 다니는 곳들은 대개 큰 도시들이고, 설사 작은 도시에 갔다고 해도 고고학적 유물과의 만남은 적었기때문이다. 이번 권의 첫번째 이야기에서는 고고학자로의 키튼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만나볼 수 있게 됐다. 영국 실리제도에 로이즈 유적 감정인으로 파견된 키튼. 그는 그 곳에서 학교 다닐 때 알고 지낸 안나를 다시 만나게 된다.  그녀는 그곳에서 거석묘군(이집트, 메소포타미아 문명보다 오래된 문명의 흔적이라 보여지는)을 홀로 지키고 있다. 하지만 땅의 주인은 그 곳에 오토바이 레이스장을 만들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고, 그녀에게 묘의 숨겨진 진실을 밝혀낼 시간이 부족하다. 짧은 시간이지만 키튼은 그녀를 도와 그 곳이 고대 거석 문화의 흔적을 찾아보고자 하는데... 오랜만에 베일에 쌓인 문화재를 두고 가슴설레여하는 키튼의 모습을 보니 내가 괜시리 기분이 좋아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더불어, 다소 드세보이지만 강한 의지를 가진 안나의 모습을 보면서 괜시리 내 모습에 부끄러워지는 느낌이었다. 안나의 어머니의 유언인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일어서라", "난 내 좋은대로 살았다 너도 하고 싶은 걸 해라! 그게 좋은 여자란다"라는 말이 왠지 가슴에 와닿았다. 내가 너무 나약하게 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두번째 이야기에선 어린시절 콘월에서 잠시 지낸 키튼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여기서 키튼의 집안 이야기가 잠시 나온다) 혼혈이라고 놀림을 받는 모습을 잠시 보여주더니만 금새 세월은 흘러 어린시절 자신을 혼혈이라 놀리며 누가 더 용감한지 시합을 하고 그 시합을 통해 우정을 나눴던 찰리 채프맨(그는 탐정이 되었다)을 만나고 회포도 풀고 사건을 놓고 보이지 않는 대결을 펼치기도 한다.

세번째 이야기에서는 대도시 한 복판에서 숨진 한 젊은이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많은 사람들이 그의 곁을 지나갔지만 아무도 도와주는 이가 없어서 숨진 젊은이. 그를 누가. 왜 죽였는지 방송국 사람과 함께 취재하는 키튼의 모습이 등장한다.

네번째 이야기에선 크리스마스 이브의 이야기가 나온다. 유럽 전자기기 업계의 라이벌 세 사람이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여 잠시 휴전을 하는 이야기가 등장한다.(이것은 그들의 연중행사라고 할까나) 프랑스인, 일본인, 미국인 세 사람은 각자 국적도 다르지만 동종 업계에서 일하는 경쟁자여서 그런지 가끔 날카로울 때도 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려고 한다. 하지만 미국인이 일본인을 놀리는 얘기를 자꾸하자 분위기가 이상해지고, 이들의 사이에서 키튼은 그들에게 최고의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주는데... 일본인의 특성(예, 아니오라고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 특유의 영어 발음)을 가지고 미국인이 놀리는 장면은 일본을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같은 동양계라서 그런지 왠지 기분이 상했다. 하지만 이야기의 끝부분에 가면서 그런 마음은 조금씩 누그러졌고, 그들이 행복한 미소를 지었던 것처럼 나도 그렇게 씨익 한 번 웃고 말았다.

다섯번째 이야기에서는 집시 이야기가 등장한다. 꽤 많은 분량으로 등장하는 이 이야기는 집시안에 있는 배신자를 찾아내는 이야기. 집시들의 애처로운 삶의 모습이 안쓰럽게 느껴졌다. 더불어 피리부는 사나이 이야기에 대해서 그런 관점으로 바라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동화 해석서(?)를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흑인의 이야기가 등장한다. 면접을 보러 가던 중 흑인과 백인의 차량접촉사고를 보게 된 키튼. 그는 택시 운전사와 함께 도망친 흑인을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면접을 놓쳐버린다. 그가 본 차량접촉사고에서 잘못을 한 쪽은 백인이었다. 하지만, 영어도 제대로 못하고, 흑인이기때문에 그는 잘못한 쪽으로 몰리게 되고, 또 다른 흑인 동행자는 도망을 가버린 것. 얼굴색으로 사람을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나쁜 것인지. 키튼이 만난 택시 기사를 통해 흑인이 얼마나 핍박(?)받고 있는지 잘 느낄 수 있었다. 물론, 나도 가끔 지하철에서 흑인을 보면 신기한 눈으로 쳐다보곤 하지만 그들도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 시간이 지나면 점점 더 익숙해지겠지.

다른 때보다 인종 차별에 대한 이야기들이 많이 나와 가볍게만 읽을 수 없었던 것 같다. 음지에서 지내고 있는 소외된 많은 사람들. 그들을 양지로 이끌어 내는 건 개개인의 작은 이해에서 오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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