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몰랐던 여자의 마음, 남자도 몰랐던 남자의 마음

《비밀규칙》은 아홉 살 소년 루이 드랙과 루이의 담당의 파스칼의 독백으로 이루어졌다. 이 두 사람은 각기 다른 세계에서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하지만, 결국 둘은 여자 안에 있는 ‘신데렐라 콤플렉스’의 왜곡된 모습을 발견하게 되고, 남자 안에 있는 ‘구세주 콤플렉스’의 비극적인 결말을 지켜보게 된다.

신데렐라 콤플렉스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잘 알려진 대로, 재투성이 낡은 가죽신을 버리고 멋진 유리구두로 갈아 신고 싶은 여자의 욕망을 말한다. 비록 그것이 깨지기 쉬운 유리로 만들어졌다 해도 한번쯤은 신어보고 싶은, 억지로 발이라도 넣어보고 싶은 여자의 욕망을 대변한다.

구세주 콤플렉스
‘구세주 콤플렉스’는 강한 여자보다 약한 여자에게 더 끌리는 남자의 심리를 말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피에르는 구세주 콤플렉스를 이렇게 비유한다. 옛날 옛적에 남자박쥐 한 마리와 여자박쥐 두 마리가 살고 있었다. 여자박쥐 중 한 마리는 언제나 웃는 미소박쥐였고, 다른 한 마리는 매일 울기만 하는 울보박쥐였다. 남자는 두 여자박쥐를 다 사랑했지만 미소박쥐는 자기가 없어도 웃으며 잘 살 것 같았고, 울보박쥐는 자기가 없으면 너무 불행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남자박쥐는 미소박쥐를 버리고 울보박쥐를 눈물바다에서 구해주기로 했다.

미소박쥐를 버리고 울보박쥐를 선택한 남자박쥐는 행복했을까
이것이 바로 남자 안에 있는 구세주 콤플렉스다. 그런데 과연 남자박쥐와 울보박쥐는 행복하게 오래오래 잘 살았을까? 《비밀규칙》은 이 수수께끼의 한 가지 답이 될 수 있는 전형을 보여주며, 여자도 몰랐던 여자의 마음, 남자도 몰랐던 남자의 마음을 극한으로 끌고 가 독자의 가슴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죽음의 문턱에서 루이는 무엇을 보았는가

태어난 후로 사고가 끊이지 않아 언제나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 오는 루이, 루이는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지켜본 유일한 목격자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자기가 겪은 일을 말하지 않고, 끊임없이 ‘말하지 마, 말하지 마’ 하고 속으로 되뇐다. 그런 루이를 위험에서 지키기 위해 눈물로 세월을 보내는 루이의 어머니, 그리고 아들 루이와 아내를 지켜주려 애쓰지만 늘 어긋나고 겉돌기만 하는 아버지, 이들은 껄끄러운 가족 문제를 해결해보려고 피크닉을 간다. 그런데 피크닉은 끔찍한 사고로 이어진다.
루이는 벼랑에서 떨어져 사망판정을 받고, 아버지는 사라지고, 어머니는 패닉 상태에 빠진다. 그러다 루이는 극적으로 살아나 식물인간 상태로 목숨을 이어간다. 어머니는 루이의 살인자로 아버지를 지목하고, 아버지는 광범위한 수사망을 피해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가족에게 일어난 사건의 진상을 알 길은 오로지 루이의 진술뿐. 하지만 루이는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 루이는 무엇을 보았기에 스스로 꿈속에 갇히길 선택했는가?
이 가족의 수수께끼는 곧 우리 가족의 수수께끼일 수 있고, 이 소설 속의 남녀는 곧 우리의 자화상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