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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후에 오는 것들 - 츠지 히토나리 ㅣ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츠지 히토나리 지음, 김훈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냉정과 열정사이>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작가 츠지 히토나리. 그가 이번에는 우리나라의 작가인 공지영과 함께 같은 제목으로 남녀의 이야기를 그려냈다. 때문에 '<냉정과 열정사이>와 좀 비슷한 느낌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어느 정도에서는 그렇지만 또 어느 정도에서는 약간은 다른 모습을 느꼈다.
작가부터 일본인, 한국인으로 구성되어 있고, 애초에 작품을 시작하게 된 계기도 한인 우호의 해를 기념하기 위함이었으니 당연히 두 나라에 대한 언급은 등장한다. 그것도 지나치게 우호적으로. 애초에 서로의 그 자체만을 사랑했던 두 남녀가 일본인, 한국인으로 규정지어져서는 결국 이별에까지 이르게 되는 모습은 왠지 안타까운 마음이 있었지만 그래도 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둘이 헤어진 결정적인 이유는 '고독'이었겠지만.)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아오이를 잊지 못하는 준셰이가 있었다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는 홍이를 잊지 못하는 준코가 있었다. <냉정과 열정사이>에서는 준셰이를 사랑하지만 아오이의 추억에 눌려 그를 얻을 수 없었던 매미가 등장한다면, <사랑 후에 오는 것들>에는 준코를 원하지만 최홍때문에 그를 얻을 수 없었던 칸나가 등장한다. 이런 인물의 유사성때문이었을까. 그냥 <냉정과 열정사이>의 아류작을 하나 읽게 된 느낌이었다.
직접 한국을 방문했던 것인지 츠지 히토나리는 인사동, 동대문 등의 정경 묘사에 꽤 치중했다. 하지만 그런 세부적인 묘사는 가끔은 너무 지나친 듯하여 '꼭 그렇게까지 해야했나'라는 아쉬움을 주었다. 감상적이긴 했지만 그래도 마음을 울리기엔 뭔가 부족한 느낌으로 다가왔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