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윈도 레이먼드 챈들러 선집 2
레이먼드 챈들러 지음, 박현주 옮김 / 북하우스 / 200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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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몬드 챈들러의 소설을 한 권 한 권 읽어가면서 느끼는 것은 "이런 좋은 글이 있는데 나따위는 글쓰면 안돼."라는 것이다. 책의 뒷표지에 실린 것처럼 챈들러를 '추리작가'란 틀 안에 가두는 것은 그를 너무 낮게 평가하는 것이다. 그는 좋은 소설이 무엇인지, 좋은 묘사란 무엇인지, 매력적인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고, 흡입력 있는 스토리를 어떻게 구성해야 하는지 아는 몇 안 되는 작가 가운데 한 명이다. 라는 말에 나는 100프로 공감한다. 그의 책을 계속 읽어가면서 나는 점점 필립 말로라는 캐릭터에 빠져들고 있고, 구린 도시의 모습을 그린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다.

  이번에는 부잣집 여주인의 주문에 따라 사라진 '브라셔 더블룬'을 찾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들이다. 그는 여지없이 몇 건의 살인사건에 얽매이고, 여러 사람들과 얽매이게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브라셔 더블룬'이라는 동전을 실재하는 것이었다는 점과 말로가 중간에 흘리는 캐시디 사건도 실재한다는 것이었다. 오호라.

  사실 이 책의 결말부의 트릭이나, 커다란 줄기만 보면 그저 그렇다. 하지만, 살을 어찌나 잘 붙여 놨는지 정말 먹음직한 작품처럼 느껴졌다. 그게 앞서 말한 챈들러의 힘이고, 더불어 필립 말로의 매력이다. 암만 부족한 게 밟혀도 감히 미워할 수 없는 작품이니 이 일을 어이할꼬. 챈들러의 책을 이제 3권 읽었으니, 슬슬 그와는 작별을 고해야 할 시간이 오는 것 같다. 아아. 슬프다. 챈들러는 왜 그리 일찍 죽어버렸단 말인가. 왜 챈들러만한 작가는 또 보이지 않는단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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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6-01-09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스 맥도널드의 작품도 있어요~^^

이매지 2006-01-09 2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눈을 반짝거리면서 로스 맥도널드의 이름을 기억!

2006-01-10 20: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이매지 2006-01-10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여주신 분 / 앗. 오랜만에 뵈니 반가움이 2배! 찾아보니까 어지간한 로렌스 샌더스 작품은 도서관에 있는 것 같아요. 다만 은빛 동전은 보이지 않는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