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벌이의 지겨움 - 김훈 世設, 두번째
김훈 지음 / 생각의나무 / 2004년 3월
평점 :
절판


  지난 번에 김훈의 <자전거 여행>을 읽고 김훈이라는 사람은 에세이도 이렇게 만들어 내는구나. 라는 약간의 감탄을 자아낸 적이 있다(물론, 책을 읽을 때는 제법 어렵게 꾸역꾸역 읽어갔었다.). 흔히 유명 작가의 에세이를 생각하면, 난 늘 하루키의 말랑말랑한 에세이(소설과는 전혀 다른 느낌의)를 떠올렸다. 하지만, 김훈은 소설도 그렇지만 에세이조차도 초지일관적이다. 그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 그리고 날카로운 의식. 그런 것들이 이 작은 책에는 녹아 있었다.

  내가 읽은 것은 구판이다. 서지정보를 보니 신판에서는 아마 판형이 좀 바뀐 것 같긴 한데 어떻게 바뀌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 구판에서는 표지에 김훈의 얼굴을 떡 하니 싫어놓은 것은 물론이거니와, 책의 사이즈는 너무 작고, 그 속에 쓰여진 글씨는 너무 폭이 넓다. (말 그대로 글씨와 글씨 사이의 폭이 넓다.) 물론, 이런 판형이면 가지고 다니면서 읽기는 편하겠지만, 난 영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일부러 페이지를 늘리기 위한 수작으로 삐딱하게 보이니.

  책 자체에 대한 불만은 접어두고, 에세이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김훈 나름의 날카로움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의 사유의 폭이 넓고, 깊음 또한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가끔씩은 그가 꼭 이런 글을 써야했는가라는 생각이 들게끔하는 어이없는 에세이들도 분명 존재했다. 하지만, 그 모든 에세이들을 그는 한 손에는 연필을 한 손에는 지우개를 들고 치열하게 써갔을 것이다. 아날로그 적 삶을 살아가면서 밥을 벌어먹고 있는 그. 그의 모습을 100프로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은 나에게는 아직 무리인 것 같다. <자전거 여행>보다는 어렵지 않게 읽었고, 한 인간의 사고의 틀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를 찾고 싶지만, 그러기엔 여전히 나와는 뭔가 맞지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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