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타워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5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대개 어떤 작가를 접할 때 있어서 두어 작품만 접해보면 나와 코드가 맞는지 안 맞는지가 대번에 판단된다. 물론, 단 한권으로 호불호를 판단할 수 있겠지만, 그렇게 되면 왠지 나름대로 열심히 쓴 작가에 대해 실례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한 권만 접했을 때는 별로였던 작가들이 두 권째 들어 확 좋아하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대표적인 예가 레이몬드 챈들러다), 언제나 판단은 최소한 2권을 읽고. 라는 나름의 규칙을 만들어 놨다. 그렇게 시험적으로 2권을 읽고서 ' 나와는 정말인지 궁합이 안 좋군'이라고 판단을 내리게 되면 그 뒤로는 신간이 나와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대표적인 예가 파울로 코옐로.) 그런데 그런 내 독서생활에 있어서 모호한 작가가 한 명 있으니 그가 바로 이 책을 지은 에쿠니 가오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난 그녀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 심지어 가끔씩은 책을 보다가 짜증이 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출간된 그녀의 작품을 죄다 읽었다. 게다가 신간이 나오면 '이번엔 괜찮으려나.'라는 생각으로 또 그 신간을 집어든다. 그것도 능력이면 능력이겠지만, 뭐.

  이번 책에서는 나이차가 엄청나게 나는 두 남녀의 사랑이 그려진다. 엄마의 친구와의 연애이니. 삐딱한 눈으로 본다면 둘의 관계는 원조교제처럼 보일테고, 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사랑에 빠진 두 남녀로 보일 거다. 세상에 별 다른 흥미도 없고, 학교는 그냥 졸업만 하기를 바라고,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이나 하면서 살아가는 토오루. 그는 삶의 이유를 시후미를 통해서 얻는다. 한 편, 시후미는 나름 토오루에게 시간이 갈수록 빠져든다. 이들의 사랑은 사랑인지. 아니면 서로에 대한 욕망인지. 책을 읽으면서 참 모호해졌다. 이들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연상연하 커플인 코우지와 키미코. 그들의 사랑도 모호하다. 싸움을 하듯이 섹스에 탐닉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 사랑과 성욕의 구분이 모호해짐을 느낀다. 점점 서로를 옭죄는 사랑. 시간이 갈수록 파멸의 길로 이끌어가는 사랑. 스무살의 젊은이들과 유부녀들의 사랑은 떨어질 듯 떨어질 듯 하면서 아슬아슬하게 길을 가는 외줄타기 같았다. 언제 파괴될 지 모르기 때문에, 더 짜릿하고 더 소중한 것이랄까.

  에쿠니 가오리의 어떤 책보다 나와는 지독하게 코드가 맞지 않았던 책이었다. 몇 군데의 문장은 마음에 들었지만, 이야기의 전개방식은 따분했고, 분위기 또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과연 내가 다음 그녀의 작품을 또 읽겠다고 덤빌 수 있을까. 싫으면 안 읽으면 그만일텐데. 그것도 쉽지 않으니 참.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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