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리아 전쟁기
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지음, 김한영 옮김 / 사이 / 200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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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HBO에서 하는 Rome라는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다. 로마인 이야기나 다른 몇 권의 책들에서 보아온 로마의 일반적인 생활 모습, 원로원의 모습, 의상, 전쟁의 모습등을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아무래도 글로 보고 상상하는 것보다는 확실하게 시각적으로 다가오는게 더 이해하기는 쉬우니까 말이다. 드라마 Rome의 시대적 배경은 이 책에서 배경이기도 한 갈리아 전쟁이 끝나고, 내전으로 들어가는 그 때의 일이다. 그 때문에 난 드라마의 이해나 책의 이해를 높이고자 드라마의 첫 편을 보고선 바로 이 책 <갈리아 전쟁기>를 잡게 되었다.

  <로마인 이야기>(그 중 카이사르가 등장하는 4,5권)를 읽은 독자라면 알겠지만, 카이사르는 <갈리아 전쟁기>와 <내전기> 두 권의 저서를 남겼다. 그간 우리나라에 제대로 번역되어 소개된 <갈리아 전쟁기>의 부재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는데, 이 책을 통해서 나의 갈증을 깨끗하게 씻어낼 수 있었다. 깔끔한 번역과 함께 내용의 이해를 돕는 그림들 덕분에 재미있게 읽어갈 수 있었다.

   이 책에서 가장 독특한 점은 카이사르 본인이 이 책을 지었음에도 불구하고(갈리아 전쟁기 8년째의 이야기는 그가 아니라 히르티우스가 짓는다. 카이사르에게 8년째의 일을 짓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역사는 그에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주어는 모두 '나는'이 아니고 '카이사르는'이다. 게다가 그는 자신의 잘못도 (비교적) 솔직하게 기록하고 있으며, 적의 명분에 대해서는 나름의 공정성을 기하고 있다. 즉, 책을 지은 사람은 카이사르이되, 3인칭의 시점이라는 도구로써 거리를 유지함으로써 카이사르는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일련의 그의 기술에서는 또한 그가 이 책을 읽는 이에게 진실로써 다가섰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히 민중을 선동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글을 썼다면, 좀 더 그럴싸한 문장으로 포장하는 편이 나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런 기록을 통해서 자신을 돌아본 듯 싶고, 독자의 감성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이성에 기대고자 한 듯 싶다.

   책은 1년씩 나눠져 진행된다. 각 년도마다 상황이 어떻게 진행되어가는지, 어떤 전투가 벌어졌는지를 읽어가는 것은 굉장히 흥미로웠다. 특히나 전투 상황을 묘사하는 부분이나, 갈리아 족의 풍습이나 문화를 소개하는 부분 등에서는 마치 내 눈 앞에 그 모습이 보이는 것과 같은 착각을 느끼게 해줬다. 미사여구를 붙이지 않고도 그런 묘사를 멋지게 해낸 것은 그의 문사로서의 자세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전투를 이끌어가는 군사적인 재능, 로마인다운 관용적 모습, 깔끔하지마 살아있는 문체를 통한 문사로서의 모습, 병사들에게 어필하는 사령관으로의 카리스마. 이런 것들을 한껏 느낄 수 있었기에 흥미로운 책이었던 것 같다. <내전기>로 그를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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