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식객 5 - 술의 나라
허영만 지음 / 김영사 / 2003년 12월
평점 :
술의 나라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이번 책에서는 청주, 탁주와 같은 우리의 전통주들을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한 잔의 술을 빚어내기 위해서 술을 빚는 동안 그것에 골몰하고, 정성을 퍼붓는 모습을 보니 기계식으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술에 대한 회의가 조금은 들었다. 물론, 전통적인 기법으로만 술을 만들어낸다면 서민들의 희노애락을 함께하는 술이 가격적인 면에서 부담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일제 시대 때 많은 전통주들이 사라졌다는 이야기에 우리의 소중한 문화를 잃어버린 것 같아서 가슴 한 켠이 시려왔다.
이 책 속에서는 술의 효용성(?)이 잘 드러나고 있다. 땅 값이 올라서 부동산 열풍이 불어닥친 농촌 마을에서 가뭄에 논바닥 갈라지듯이 마을 사람들 사이가 갈라지지만 성찬은 그 갈라진 틈을 탁주로 촉촉하게 만들어준다. 나 역시 술은 서먹한 사이를 친근하게 만들어주고, 아픈 마음을 보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단지 술에 관한 이야기만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겨울에만 난다는 매생이에 관한 이야기(예전에 티비에서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한 번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한 편의 단편 드라마 같았던 '반딧불이'라는 제목의 이야기에서는 어머니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고, 고시 공부를 하는 남자를 뒷바라지하다가 사고로 여자가 죽게 되지만, 자신은 며칠이 지난 후 배고픔에 밥을 먹으며 눈물을 리는 식사의 고통이라는 이야기까지. 이번 책에서는 유독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포함되어 있었던 것 같다.
권 수가 쌓이다보니 이번 책에서는 특별히 명대사 명장면을 보여주고 있어서 책을 읽는 재미를 더해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