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과 남미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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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에는 예쁜 것, 더러운 것, 흔한 것, 빼어난 것이 모두 널려 있어 외국에 익숙하지 않은 내 눈을 즐겁게 해주었다. 음, 혹 오늘 죽는다 해도 괴롭지는 않겠는걸, 하고 나는 생각했다.-48쪽

내게 하루란 늘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커다란 고무공 같은 것이었고, 그 안에서 어쩌다 가끔 무언가를 바라볼 때, 아무런 맥락도 없이 불쑥 꿀처럼 달콤하고 풍요로운 순간이 찾아오곤 했다. 영원히 계속될 것처럼 황홀한 느낌......그 아름다움이 느껴지면 나는 넋을 잃고 온몸으로 언제까지나 그것을 만끽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49쪽

내게 산다는 것은 그런 순간을 되풀이하는 것이지 이어지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래서 어디에서 끊어지든 나는 수긍하지 않을까, 하고 여겼다.-49쪽

인생은 수많은 사건의 연속이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기든 주변에서는 그저 가만히 지켜보는 길밖에 없다. 실제로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다. 마음이 혼란스러운 것만이 사랑을 보여주는 유일한 증거다.-139쪽

행복한 때에는 좀처럼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법인데, 그 순간 나는 행복하다고 느꼈다. 육체와 정신과 시각과 상황이 모두 조화롭게 어울려 있을 때, 사람은 그렇게 느끼는 것이리라.-15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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