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crap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윤성원 옮김 / 문학사상사 / 2004년 10월
평점 :
절판


  간만에 학교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면서 집에 갈 때 버스에서 읽을만한 책을 골랐다. 너무 진지한 책이나 너무 두꺼운 책, 혹은 너무 무거운 책은 제외. 그러다보니 이 책을 비롯해서 몇 권의 후보가 나왔지만, 경험상 하루키의 산문은 짤막하게 있어서 버스에서도 꽤나 집중해서 읽었던 기억이 있기에 이 책으로 결정했다. 그리고 버스에서 잡아드는 순간. 역시 재미는 있지만, 시대가 1980년대라니. 맙소사. (표지에 적힌 그리운 80년대의 추억이라는 글씨는 미처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의 다른 에세이집은 고양이에 관한 이야기,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 등과 같이 그의 사적인 이야기들이 많이 들어있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시간성에 대한 제약이 그다지 크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은 83년~84년에 그가 스포츠 그래픽 넘버라는 잡지에 연재했던 칼럼을 엮은 것이다. 칼럼이라고 해도 진지한 것은 아니고 피플이나 에스콰이어, 뉴요커와 같은 외국의 잡지나 신문에서 관심가는 기사를 보고 그에 대해서 일본어로 옮기고 감상을 붙이는 가벼운 것이었다. 여기서 문제는 발생한다. 하루키처럼 80년대에 한참을 살았던 독자라면 맞아맞아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마치 예전 앨범을 꺼내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나는 84년생이다. 내가 태어나기전, 혹은 태어나서 엄마 젖이나 빨고 있을 때의 일이니. 나에게는 이 시절에 대한 아무런 기억이 없다. 그래서 결국 나는 '으음. 이런 일도 있었단 말인가?'라고 생각하는 정도. 그 때문에 나름대로 집중을 많이 못했던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애초에 기사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해서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인걸.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가벼운 에세이들이고, 하루키가 말한대로 읽고난 뒤에 시야가 넓어진다거나 인간성이 좋아진다거나하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하루키를 좋아하는 독자, 그 중에 80년대에 대해서 어느정도 기억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그나마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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