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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ㅣ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1
유홍준 지음 / 창비 / 1993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처음 나온 것도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훌쩍 넘었다. 하지만 이 책은 아직까지도 꾸준히 팔리고 있고, 답사나 여행에 관련된 책으로는 거의 교과서처럼 굳어져버린 듯 싶다. 아니. 그 뿐 교과서처럼 굳어진 것 뿐만 아니라 내가 이 책에 대해서 처음 알게 되었던 것은 다름아닌 교과서에 실린 글을 통해서였다. 들판을 보면서 '길게 엎드려 누운 여인의 등허리 곡선처럼 느슨하면서도 완급의 강약이 있는 리듬을 느낀다.'라고 하는 구절이 가슴에 확 와닿았던 것이다. 어린 마음에 그 한 구절에 반해서 읽어야지라고 생각했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그 당시에는 몇 장 넘기고 포기했던 책을 이제서야 제대로 다 읽게 되었다.
이 책 전체에서 유홍준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하나다. 바로 '아는만큼 느낄 뿐이며, 느낀만큼 보인다.'라는 것. 내가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는 것은 예전에 교양과목으로 들었던 <조선시대 생활사>라는 수업때문이다. 그 수업에서는 한 달에 한 번 교수님의 인솔아래 서울 시내에 있는 유적지에 답사를 갔었고, 여기에 최소 한 번 이상은 참석을 해야 됐다. 귀찮기도 하고 가봤던 장소인데 뭘 그런데를 가야하나 싶었지만 그래도 안 가면 성적이 중간고사 레포트를 써서 낼 수 없었으니 따라가는 수밖에. 그 때 귀찮지만 답사에 참여했었기때문에 나는 남산 한옥 마을에 가서 한옥의 구조나 명칭에 대해서 눈을 뜨게 되었고, 이전에도 여러번 가보았던 경복궁을 새로운 안목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요컨대 유홍준의 말처럼 아는만큼 느끼고, 느낀만큼 보이게 된 것이다.
그는 이 책 속에서 널리 알려져있는 문화재를 비롯하여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문화지에 대해서 유래나 얽힌 사연, 혹은 그 곳에 가서 눈여겨볼만한 점들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여기에는 건축의 아름다움이나 주변환경과의 조화뿐만 아니라 작게는 창살모양이나 돌계단에 조각된 동물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들이 포함된다. 그냥 일반 관광객이었다면 무시하고 지나갈 수 있을 법한 것들이고, 그런걸 뭐하러 구경을 하러 가나 싶은 것들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는 내 눈으로 직접 한 번 보고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땅끝마을 해남이나 담양의 소쇄원, 고창 선운사와 같이 이전에도 가보고 싶었던 곳들뿐만 아니라 수학여행으로 가서 눈도장만 찍고 온 경주, 양양의 낙산사와 같은 곳들도 가보고 싶어졌다. 다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데 그가 본 문화재들이 너무 많이 바꾸어버렸을까봐 걱정이 된다. 아니. '더 많이 변하기전에 가봐야할텐데...' 라는 조급함마저 생겨버렸다. 아. 떠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