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늘 선한 이미지의 박해일, 찍는 영화마다 평범치 않은 배역만 골라맞는 강혜정. 그들이 만난 영화 <연애의 목적>은 역시 평범치 않은 영화였다. 학교 선생인 유림과 그보다 1살 많은 교생 홍. 유림은 애인도 있으면서 홍에게 시도때도 없이 찝쩍거린다. 미친놈 아니야? 싶기도 하다가 귀엽군 싶기도 하고, 여튼 유림의 모습은 과도하다고 할 수 있을만큼 솔직하다. 한편 홍은 도무지 속을 알 수 없는, 하지만 점점 더 유림에게 마음을 여는 모습을 보인다.
이 영화를 보면서 한 번쯤 생각해보게 되는 문제는 바로 이 영화의 제목과 관련되는 '연애의 목적은 무엇이냐?'라는 점이다. 대체 연애의 목적이 섹스인지, 아니면 사랑인지에 대해서 이 영화는 참 설득력없게 보여주고 있다. 대체 왜 다시는 사랑을 않겠다는 홍은 유림과 사랑에 빠지게 된단 말인가. 그저 홍은 몇 번 튕겨보는 정도이고, 결국엔 "세상에 섹스 싫어하는 사람도 있냐"라는 말을 하기에까지 이른다. 그리곤 자신이 살겠다고 유림을 바닥까지 끌어내려놓고는 다시 만나러 가기까지 한다. 아니 뭐가 이렇단 말인가.
간단히 말하면, 이 영화는 재미는 있다. 그리고 언어를 통해 은근하게 보여주는 것까지도 괜찮았다고 본다. (다 보여주는 것보다는 살짝씩 보여주는게 더 감칠맛나지 않는가.) 하지만 머리로 이해하기엔 부족한 영화이다. 좀 더 탄탄한 영화를 만들려고 했으면 뒤에 둘이 다시 재회하는 모습을 빼는 편이 나았을 것 같다. (물론, 그 장면에서의 강혜정의 모습이 가장 예쁜 것 같긴 하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