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에 나는 없었다 애거사 크리스티 스페셜 컬렉션 1
애거사 크리스티 지음, 공경희 옮김 / 포레 / 2014년 1월
구판절판


"몇 날 며칠 자신에 대해서 생각하는 것 말고는 할 일이 아무것도 없다면 자신에 대해 뭘 알게 될까……"-24쪽

"하긴 세상이 그런 거지. 붙어 있어야 할 때는 그만두고, 내버려두어야 할 때는 매달리고. 한순간 인생이 너무나 멋져서 이게 현실일까 믿기지가 않다가, 이내 지옥 같은 고민과 고통 속을 헤매고! 상황이 잘 풀릴 때는 이 순간이 영원할 것 같은데-그런데 그렇지가 않지-나락으로 떨어질 때는 이제 절대 위로 올라가 숨쉬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들잖아. 그런 게 인생이잖니?"-25쪽

지난 일을 명확하게 기억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녀는 상상을 하고 있었다.
그만해. 그래봤자 달라질 건 없어. 하지만 뭔가를 상상한다는 것 자체가 그런 생각이 이미 머릿속에 있다는 뜻이다.
사실일 리 없었다. 그녀가 단순하게 내린 판단이 사실일 리 없었다.
그녀는 자신에게 말했다. (그럴 리가 없잖아?) 로드니가 그녀가 떠나는 것을 반겼다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이 사실일 리 없었다! -76쪽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합리적인 현상이라고 자위하기는 쉽지만, 마치 구멍에서 도마뱀이 나오듯 머리에서 기어나오는 수상하고 잡다한 생각들을 억누르기는 쉽지 않았다.
조앤은 머나 랜돌프 생각은 뱀 같고, 다른 생각들은 도마뱀 같다고 생각했다.
열린 공간-그리고 상자 속에서 살아온 그녀의 전 인생. 허수아비 자식들과 허수아비 하인들과 허수아비 남편.
아니, 조앤. 지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왜 이렇게 바보같이 굴어? 내 자식들은 분명한 현실이라고.
아이들도 요리사도 아그네스도, 그리고 로드니 역시 현실의 인간이야. 그러면 내가 현실이 아닌 거지. 허수아비 아내. 허수아비 엄마. 조앤은 생각했다.
맙소사. 이것이 더 끔찍했다. 그녀는 엉뚱한 방향으로 빠지고 있었다. 시나 더 외워볼까…… 뭔가 기억해내야만 했다. -103쪽

인간은 자신의 생각을 조종할 수 있다. 아니, 조종하지 못하나? 상황에 따라서는 생각이 사람을 조종할 수도 있나? 도마뱀처럼 구멍에서 밀고나오거나 초록 뱀처럼 마음속을 슥 지나갈 수 있을까.
어디선가 슥 다가와서……
-111쪽

"시골의 변호사는 인간관계의 약한 면들을 누구보다도 많이 보는 사람이야-의사를 제외하면 말이지. 그래서 이 일을 하다보면 인간에 대한 연민이 깊어지는 것 같아. 인간이란 원래 나약하고, 두려움과 의심과 탐욕에 약한 존재지. 그런데 가끔은 예기치 않게 이타적이고 용감한 인간을 보게 돼. 어쩌면 변호사에게 주어지는 유일한 보상은 폭넓은 동정심을 갖게 되는 건지도 몰라."-136쪽

"세상에, 로드니. 말도 안 되는 소리예요! 에이버릴은 당신보다 내가 더 잘 알아요. 난 그 아이의 엄마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당신이 그 아이에 대해 속속들이 아는 건 아니지."-146쪽

"결혼은 두 사람이 맺는 계약이지. 두 사람은 온전한 능력을 갖춘 성인이어야 해. 또 자기들이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제대로 알아야 하고. 결혼은 동반자 간의 계약 같은 거고. 두 배우자가 그 계약의 조항들을 지키겠다고 맹세하는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서로의 곁을 지키겠다고. 병들 때나 건강할 때나 부자일 때나 가난할 때나 좋은 일이 있을때나 나쁜 일이 있을 때나. 교회에서 말로 약속하고 사제가 승인과 축도를 하짐나 그럼에도 그건 계약이야. 신앙심이 깊은두 사람이 맺는, 여느 합의처럼 계약이라고. 일부 의무 조항들은 법적 강제력이 없지만, 책임을 맡은 두 사람에게는 구속력이 있지. 난 네가 이에 대해 동의할 거라 생각한다만."-153쪽

사람들을 사랑하면 그들에 대해 알아야 하는 건데.
참된 진실보다는 유쾌하고 편안한 것들을 사실이라고 믿는 편이 훨씬 수월하기 때문에, 그래야 자신이 아프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에 대해 몰랐다. -202쪽

어떤 사람에게는 의미 있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24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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