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털 같은 나날
류진운 지음, 김영철 옮김 / 소나무 / 2004년 2월
구판절판


두 사람 모두 대학을 졸업했고, 둘 다 성취욕도 강했다. 서로 열심히 노력하면서 밤에는 등불을 밝혀 공부했고, 웅대한 이상도 갖고 있었다. 관공서의 처장이나 국장, 또는 사회의 크고 작은 기관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나자 그들도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똑같은 얼굴을 한 군중의 새까만 대열 속에 빠져 있으리라고 누가 생각했겠는가? 당신도 두부를 사고 출퇴근을 하고, 밥먹고 잠자며, 빨래를 하고 가정부까지 다루고, 아이를 돌보다 보면, 저녁이 되어도 책 한 장 뒤적이고 싶지 않게 되고, 웅장한 꿈이나 이상이라는 것은 개방귀 같은 소리고 철없던 때의 일이 되버리고 만다. 모두들 이렇게 섞여서 한 평생 사는 것이 아닌가? 큰 뜻이 있으면 어쩔 거고, 설사 꿈이 있다면 또 어쩌겠다는 것인가? 그 많던 장군과 재상은 지금 어디에 있는가? 모두 황페한 무덤의 풀숲 아래에 있을 뿐이다. -21~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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