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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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이란 타인에게 얘기하는 것이기는 해도 스스로 꿈꾸는 것은 아니다-78쪽

물론 꾀병도 쉬운 것은 아니었다. 마치 너무 바짝 감아 튕겨나갈 듯한 태엽을 손 안에 꽉 쥐고 있는 것 같다. 언제까지고 이런 일을 참고만 있는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이 되어가는 대로 그냥 나를 내맡겨서는 안 된다.-81쪽

없다고 곤란해질 일은 전혀 없다. 환상의 벽돌을 듬성듬성 쌓아올린 환상의 탑이다. 하기야 없어서는 안 될 것들 뿐이라면, 현실은 슬쩍 손도 댈 수 없는 위험한 유리 세공품이 되어버린다...요컨대 일상이란 그런 것이다... 그러니까 모두들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자기 집에 컴퍼스의 중심을 두는 것이다-92쪽

편도표란 어제와 오늘이, 오늘과 내일이 서로 이어지지 않는 맥락 없는 생활을 뜻한다. 그렇게 상처투성이 편도표를 손에 쥐고서도 콧노래를 부를 수 있는 것은 언젠가는 왕복표를 거머쥘 수 있는 사람에 한한다. 그렇기에 돌아오는 표를 잃어버리거나 도둑맞지 않도록, 죽어라 주식을 사고 생명보험에 들고 노동조합과 상사들에게 앞뒤가 안 맞는 거짓말을 해대는 것이다.-156쪽

나중에 후회를 하게 될 지 말지는 오로지 이 순간에 달려 있다...뭘 우물쩍거리고 있는 것이냐!......순간이란 당장에 포착하지 않으면 늦는 법이다......다음 순간에 편승하여 뒤를 쫓을 수는 없는 것이다!-187~8쪽

똑같은 색의 반복은 효율적인 보호색이라고 한다. 생할의 단순한 반복 속에 녹아들면 언젠가는 그들의 의식에서 멀어지고 마침내 지워져버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 -201~2쪽

아, 흥분하지 말고, 잘 들어봐. 고소공포증, 첨단공포증, 마약중독, 히스테리, 살인광, 매독, 백치......각각 1퍼센트로 치고, 합하면 20퍼센트......물론, 충분히 가능하겠지만.......인간은 100퍼센트 비정상이라는 것이 통계상 증명되는 셈이지.-206쪽

돌아보니, 구멍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모자이크란 거리를 두고 보지 않으면 좀처럼 전체를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다. 오기를 부려 눈을 가까이 들이밀면 오히려 단편 속으로 헤매들고 만다. 하나의 단편에서 벗어난다 해도 다시금 또 다른 단편에 발이 걸리고 만다. 어쩌면 지금까지 그가 본 것은 모래가 아니라 단순히 모래의 입자였는지도 모른다. -22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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