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리는 너무 많이 변해버린 그 얼굴을 보지 않으려고 눈길을 돌리고 말았다. 아구리는 남자의 몸도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목덜미에서 어깨로 흐르는 선을 감싸듯 쓰다듬던 손바닥의 촉감도 아직 기억 속에 남아있지만, 옛날의 연정은 어느새 색이 바래버렸다. '그런 때도 있었나...'하는 어렴풋한 향수같은 감정만 남았을 따름이었다. 잊혀져가는 노래가 끊어질 듯 들려오는 오르골 같다고나 할까. -158~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