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2

바람의 그림자 2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이 책은 스페인 작가의 작품치고는 드물게 베스트셀러라는 말에 혹해서 읽게 된 책이다. 물론, 베스트셀러라는 말에 속아서 출판사의 홍보전략에 씩씩거리면서 성질을 낸 적도 있지만, 이 책 <바람의 그림자>는 그런 면에 있어서는 꽤나 정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스트셀러답게 구미를 당기는 요소들을 충분히 가지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이 책은 다니엘이라는 어린 소년이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잊혀진 책들의 묘지라는 곳에 가고, 그 곳에서 '바람의 그림자'라는 책을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그 책을 읽은 다니엘은 그 작가에게 푹 빠져서 그 책을 지은 훌리안 카락스라는 작가에 대해서 수소문하게 된다. 그렇게 작가에 대해서 수소문하는 동안에 그는 어떤 이가 그의 작품을 남김없이 불태우고 있으며, 다니엘이 가지고 있는 그 책 외에는 남아있는 작품이 없음을 알게 된다. 대체 왜 그의 책들이 불살라지는 것인지. 대체 훌리안 카락스는 어떤 사람인지. 다니엘은 한 때는 부랑자였으나 다니엘의 도움으로 함께 일하게 된 페르민의 도움으로 조금씩조금씩 진실에 다가서게 되고...

　이 책에서는 크게 두가지 이야기가 맞물려 돌아가고 있다. 훌리안 카락스의 이야기, 그리고 다니엘의 이야기. 둘은 놀랄만치 닮은 삶을 살아가고, 책 속의 말을 빌리자면 둘 다 서로를 찾고 있는 것 같다. 서로를 인식하지 못한 채 찾고 있는 두 사람. 그 두 사람과 그들이 각자 사랑하는 사람에 관한 이야기, 우정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고 있다. 추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약간 빈약한 면이 없지 않아 있긴 하지만, 그러한 점에서 실망을 했다고쳐도 이 책은 그 자체로도 재미를 주고, 더불어 문장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책 속에는 내 마음에 들어온 수많은 문구들이 있었고, 그러한 점들이 이 책의 하나의 매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은 굳이 부인하고 싶지 않다.

　이 책을 통해서 다시금 진실한, 그리고 그 때문에 열정적일 수 있는 사랑의 힘을 느끼게 되었다. 더불어 책의 표지로 실린 사진의 모습 속에서 나도 함께 다니엘이 바람의 그림자를 발견한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 가서 나만의 책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 장면인 다니엘이 그의 아들인 훌리안과 함께 잊혀진 책들의 묘지에 가는 것에서 그의 아들 훌리안이 어떤 책과 운명적으로 만나게 되고, 그로인하여 그에겐 어떤 일들이 펼쳐질까 흐뭇한 미소를 지으면서 상상해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