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그림자 1 잊힌 책들의 묘지 4부작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정동섭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5년 3월
구판절판


나는 책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친구들을 사귀면서 그 책들 속에서 자랐다. 그 친구들은 먼지가 되어 사라지곤 했지만 그 냄새는 아직도 내 손 끝에 남아있다.-10쪽

네가 보는 책들, 한 권 한 권이 모두 영혼을 가지고 있어. 그것을 쓴 사람의 영혼과 그것을 읽고 살면서 꿈꾸었던 이들의 영혼 말이야. 한 권의 책이 새 주인의 손에 들어갈 때마다, 누군가가 책의 페이지들로 시선을 미끄러뜨릴 때마다, 그 영혼은 자라고 강인해진단다.-13~4쪽

비밀의 가치는 그 비밀이 지켜져야만 하는 사람들의 가치에 달려 있다.-21쪽

선물이란 주는 사람이 좋아서 하는 거지, 받는 사람의 가치 때문에 하는게 아니란다. -124쪽

여자들에 대해선 잘 아는 사람은 없어, 프로이트도 그렇고, 또 그 여자들 자신도 그렇지. 하지만 이건 전기 같은 거라서, 그것이 어떻게 작동해서 손가락이 짜릿하게 되는지 알 필요가 없단다.-145쪽

사람은 착한 원숭이처럼, 사회적인 동물로서 친구나 친척을 싸고돌고 그 밖의 인간들에 대해선 기만과 험담을 하곤 하지. 그게 바로 우리들의 윤리적 행동의 본질적 기준이야.-154쪽

사실 남자란, 다시 프로이트로 돌아가서 은유법을 사용하자면, 백열등처럼 달아오르지. 한순간 빨갛게 달아올랐다가 훅 바람이 불면 차가워지지. 반면, 여자는, 이건 과학적으로 확실한 건데, 다리미처럼 달아올라. 무슨 말인지 알겠어? 조금씩조금씩, 약한 불로 말야. 맛있는 크리스마스 스튜를 만들 때처럼. 그러나 열 받았다 하면, 그걸 막을 길이 없지. 비스카야의 용광로 같단 말야.-213쪽

여자의 마음은 속임수를 쓰는 남자의 버릇없는 정신에 도전하는 섬세한 미로지. 만일 네가 진정으로 한 여자를 소유하고 싶다면, 그 여자처럼 생각해야 해. 그리고 그녀의영혼을 얻는 게 우선이지. 나머지 것들, 즉 사람으로 하여금 감각과 미덕을 잃게 하는 달콤하고 부드러운 포장은 보너스로 오는 거야.-214쪽

언젠가 누가 그랬어. 누군가를 사랑하는지 생각해보기 위해 가던 길을 멈춰선다면, 그땐 이미 그 사람을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거라고.-282쪽

"나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어. 기분 나빠 하지마, 하지만 여자는 가끔씩 자기가 아는 사람에게보다는 모르는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더 자유로움을 느끼거든. 왜 그럴까? "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아마도 모르는 사람은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모습이 아닌 우리 그대로의 모습을 보기 때문일 거야." -28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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