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생활 하면 장밋빛, 장밋빛 하면 고교 생활. 이렇게 호응 관계가 성립된다. 서기 2000년, 현재는 아직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국어사전에 등재될 날도 머지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모든 고등학생이 장밋빛을 희망한다는 뜻은 아니다. 예컨대 공부도, 스포츠도, 연애도, 좌우지간 온갖 활력과 활동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회색을 선호하는 인간도 있거니와, 심지어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조차 그런 인간은 적지 않다. 하지만 그거, 꽤나 쓸쓸한 인생이다. -11쪽
그러고 보니 고전부란 무엇을 하는 동아리인가. 그것을 아는 학생은 이미 학교에 없다. 교사에게 물어보고 다닐 만큼 궁금한 것도 아니다. 누나에게 물어보면 알겠지만 지금쯤 베이루트에 있을 것이다. 뭐, 활동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것은 흔치 않아도 존재 가치가 명확하지 않은 단체는 쌔고 쌨으니 굳이 신경 쓸 필요도 없는지 모른다. -49쪽
나는 가끔 특이하다는 말을 듣는데, 그런 말을 한다는 것은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증거다. 나는 위쪽의 맑은 물도, 바닥에 가라앉은 앙금도 아니다. 상승도, 하강도 지향해 본 적이 없다. 그러고 보니 사토시의 말이 맞았다. '회색으로 살고 있는 건 호타로 너뿐인 것 같은데'. 학력만 그런 게 아니다. 특별 활동, 스포츠, 취미, 연애……. 요는 인간성의 문제이리라.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는 말도 있지만,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말도 있다. 국어사전에도 이제 곧 등재될 텐데, 고교 생활 하면 장밋빛이다. 그리고 장미는 필 장소를 얻어야 비로소 장밋빛이 될 수 있다. 나는 적합한 토양이 아니다. 그뿐이다. -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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