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유혜자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2월
구판절판


<바로 이거야. 이런 곳을 언제나 갈망했었지. 이곳에서 살자.>(대부분 많은 남자들이 전에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여자가 자기와 일생을 함께 할 여자요, 자기의 소유가 될 여자요, 인생이 다하는 순간까지 곁에 머물러 있을 여자라는 생각을 번개처럼 뇌리에 떠올린다는, 이른바 첫눈에 반한 사랑 같은 감정이었다.) -9쪽

보행은 마음을 달래줬다. 걷는 것에는 마음의 상처를 아물게 하는 어떤 힘이 있었다. 규칙적으로 발을 하나씩 떼어놓고, 그와 동시에 팔을 리듬에 맞춰 휘젓고, 숨이 약간 가빠오고, 맥박도 조금 긴장하고, 방향을 결정할 때와 중심을 잡는 데 필요한 눈과 귀를 사용하고, 살갗에 스치는 바람의 감각을 느끼고 - 그런 모든 것들이 설령 영혼이 형편없이 위축되고 손상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다시 크고 넓게 만들어 주어서 - 마침내 정신과 육체가 모순 없이 서로 조화롭게 되는 일련의 현상들이었다. -8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