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무새 죽이기
하퍼 리 지음, 김욱동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익히 들어온 제목이었고,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지만, 왠지 모르게 두께의 압박(544쪽)으로 주저주저하다가 결국 읽게 되었고 책을 놓고나서 읽기를 잘 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던 책이다. 1961년에 퓰리처 상 수상작이라는 수식어는 떼어내고서라도 독자 스스로가 책을 읽으면서 충분히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미국 남부의 앨라배마 주의 조그마한 마을인 메이컴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겪는 스카웃의 이야기이다. 어찌보면 단순하게 성장소설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인간관계 속에서 부조리를 보여주는 책이라는 느낌이 더 많이 들었다. 물론, 일련의 사건으로 인하여 스카웃의 성장이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지만...

 억울하게 강간범으로 몰린 흑인 톰 로빈스. 그를 변호하게 된 사람이 바로 스카웃의 아버지 핀치 변호사이다. 스카웃과 그의 오빠 젬은 단순히 자식이 아버지를 보는 관점보다는 좀 더 객관적으로 재판을 바라본다. 모든 정황으로 볼 때 무죄임이 분명한 톰 로빈스가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두에게 유죄 판결을 받아내고, 그는 감옥에서 탈출하려고 하다가 결국은 죽게 된다. 한편, 그를 강간범으로 고소한 술 주정뱅이에 쓰레기 같은 인간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봅 이웰은 법정에서 핀치 변호사에게 당한 모욕을 갚아주겠노라고 핀치 변호사의 얼굴에 침을 뱉기도 하고, 스카웃과 젬을 공격하기도 했다. 물론, 자업자득이라고 결국 자신이 들고 있던 칼에 찔려 죽게 되지만...

 흑인이라는 이유로 부당한 취급을 받은 것은 비단 이 소설 속에 등장한 문제만은 아니다. 제목에서 말하는 앵무새. 즉. 타인에게 해를 끼치지 않지만 남과 다르다는 편견때문에 소외받고 고통받는 존재는 오늘 날에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오늘 날 우리가 알게 모르게 행하고 있는 차별과 어떤 문제에 대한 편견들. 아직 세상은 근 50년전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는 것이다. 이는 인간의 본질과 관련된 것일까?

 앞에서 말했다시피 이 책에는 단순히 흑인문제, 인종문제에 관한 이야기만 있는 것이 아니다. 스카웃과 그의 오빠 젬. 그리고 딜이 성장해나가는 과정. 특히 스카웃의 눈에 비춰지는 오빠의 성장은 놀랄만하다. 옆 집에 살고 있지만 집 밖으로 나오지 않는 부 래들리를 괴롭히던 초반의 모습에서 어느새 철이 드는 모습은 마치 과일이 익듯이 계절의 변화에 따라 보여지고 있었다. 물론, 매일 멜빵바지 차림이었던 스카웃도 점점 숙녀가 되려고 노력하는 모습도 보이지만, 젬의 성장이 좀 더 눈에 띄였다고 할까...

 어린 아이의 눈에서 보는 부당한 사회의 모습. 책 속에서 아버지가 하는 말처럼 부당한 판결에 눈물을 흘리는 것은 아이들뿐. 점점 세상의 때에 물 들어가는 나의 모습은 어찌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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