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의 위증 2 - 결의
미야베 미유키 지음, 이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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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와 어떤 차이가 있어야 할까요?"
이 질문에는 게이코도 입을 다물었다. 텔레비전 드라마에서는 이런 난문에 대한 해답이 나오지 않을 테니까.
"가능한 한 함께 의논하란 거야." 기타노 선생이 말했다. "진짜 재판처럼 검사 측과 변호인으로 갈라져서 자기주장만 하다보면 결론이 안 나. 너희는 아직 중학생이니까."
"서로 협력하라는 뜻이죠?"
"그렇지. 터널 파는 거나 똑같아. 좌우에서 동시에 파기 시작해 한가운데서 만나는 거야."
그 한가운데 진상이 있을 거라고 기타오 선생이 낮게 말했다. -75쪽

"우리는 중학생인걸." 겐이치가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가시와기는 자기가 중학생이라는 것도 납득할 수 없었을 거야. 나는 왜 어른이 아닐까. 좀더 빨리 어른이 될 수는 없을까. 어른이 되려면 아직 한참 기다려야 하는 게 괴롭다."
주위에서 어른이라고 인정해줄 때까지.
"머리가 너무 좋았던 건가?"
겐이치가 혼잣말처럼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곧바로 기타오 선생의 대답이 돌아왔다.
"정말로 현명한 녀석은 시간과 타협할 줄 알아. 자기가 아이라는 사실이 어떤 의미인지 이해하지. 꼭 남에게 말하거나 일기에 쓰지 않더라도 알고 있어. 아니까 잊고 살아갈 수 있는 거야."-324쪽

'웃음'의 반대말은 무엇일까. 겐이치는 생각했다. 사랑의 반대말이 증오가 아닌 것처럼 이 경우 또한 '슬픔'은 아닐 것 같았다. '분노'도 아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겐이치는 알 수 없었다. 알 수 없는 그 감정이 표정이 되어 가시와기 노리유키의 얼굴에 떠올랐다.
부부는 서로 말을 보충해가며 다쿠야의 내성적인 부분, 내향적인 부분, 사람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던 부분, 반면에 그래서 사려 깊은 아이로 보이기도 했다는 것, 적어도 학교에 다닐 때는 큰 고민이 있는 듯 보이지는 않았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것은 때로는 변명이나 변호로 바뀌었고, 겐이치에게는 시종 부모의 애정과 너그러운 시선에 바탕을 둔 해석처럼 들렸다.
지금 이 자리에 당사자 가시와기 다쿠야가 있었다면 이런 부모를 내심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남 얘기를 할 입장이 아니다. 우리 집도 이렇게 서로 어긋나 있다. -527~8쪽

료코는 간바라 가즈히코의 과거를 모른다. 그의 친부모가 얼마나 비참한 인생의 최후를 맞았는지 모른다. 그래서 그가 유령이 되어버린 것도 모른다. 줄곧 사막을 떠돈 것도 모른다.
그래서 료코는 깨닫지 못한다. 가즈히코가 이런 추측을 할 수 있는 건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라는 걸. 인간은 무슨 짓이든 저지를 수 있다. 부부나 부모자식간의 정, 사회의 규범, 상식, 체면, 그런 것들이 단번에 날아가버리는 순간이 인간에게는 있다. 그러니 세상에서는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 그것을 몸소 겪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575~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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