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비소리 - 나를 깨우는 우리 문장 120
정민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1월
품절


공주의 초는 나라에서 유명한 것이다. 그 정결하고 투명함이 보배론 구슬과 다름없다. 근래 누가 보내준 것이 있길래 밝혀서 책을 비추었더니 어두워 글씨를 분간할 수 없었다. 돋울수록 더 어두워지고, 파낼수록 점점 흐려졌다. 가만히 살펴보니, 기름도 깨끗했고, 만듦새도 아주 정밀했고, 타서 줄어듦도 더뎠다. 다만 문제는 심지가 거칠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깨달았다. 마음이 거친자는 비록 좋은 재료와 도구를 지녔다 해도 사물을 관찰할 수 없음을 말이다. -홍길주,<수여연필>-68쪽

사람은 벗을 가려 사귀지 않을 수 없다. 벗이란 나의 어짊을 돕고 나의 덕을 도와주는 존재다. 유익한 벗과 지내면 배움이 날로 밝아지고, 학업이 나날이 진보한다. 부족한 자와 지내면 이름이 절로 낮아지고, 몸이 절로 천하게 된다. 비유하자면 개와 개가 사귀면 측간으로 이끌고, 돼지와 돼지가 어울리면 돼지우리로 이끄는 것과 같다. -성현. <부휴자담론> -94쪽

자네, 음식 중에 강정이란 것을 못 보았는가? 쌀가루를 술에 재어 누에만하게 잘라 따뜻한 구들에 말려 기름이 튀겨내면 모습이 누에고치처럼 되네. 깨끗하고 아름답지만 속은 텅 비어. 먹어봤자 배를 부르게 하기 어렵지. 게다가 잘 부서져서 불면 눈처럼 날린다네. 그래서 겉은 번드르하면서 속은 텅 빈 것을 강정이라 한다네. -박지원 <순패서>-10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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