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동문선 / 199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이전에 읽었던 산문집처럼 무라카미 하루키가 주간지에 연재한 것을 모아서 낸 것이다. 제목을 보고 '대체 무슨 제목이 이렇담.' 이라고 생각을 하면서 집어들었는데, 역시 산문집답게 일상적인 이야기들이긴 하지만 나름대로 재미있는 구석들도 있어서 마치 호프집에 가면 먹을 수 있는 기본 안주처럼 야금야금 먹어버리다가 결국은 다 먹어버린 셈이 되었다랄까.

 소설에서는 인간의 자아나 본질에 대해 제법 많은 생각을 해주게 하는 하루키의 일상이라는 것이 이렇게 어리버리하고 소심하다니. 하루키 소설 속의 주인공들의 모습과 하루키의 실재 모습이 비교되면서 어쩐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읽어간 책.

 책 속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들어있었는데, 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래도 '일본의 러브호텔명'에 대한 이야기랄까. 한 번에 끝난 것도 아니고 3번에 걸쳐서 나오는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러브호텔의 이름들은 어찌나 재미있었는데, 읽으면서 킥킥거릴 정도였다. 몇 가지를 들어보면, '인간관계'라던지, '그리하여' 라던지, '시간죽이기'라던지, '초밥집 옆'이라던지 심지어는 '농협'이라는 호텔도 있다고 하니. 어찌 웃지 않을 수 있을까??

 더불어 그의 오래된 애인같은 고양이 '뮤즈'와의 이야기도 흥미로웠고, 꿈에서 공중 부양을 하는 이야기들도 역시나 재미있었다. 그 외에 실린 이야기도 예전에 읽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들도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것들. 아. 제목인 '오블라디 오블라다 인생은 브래지어 위를 흐른다.'는 'obladi, oblada, life goes on. blah!'에서 blah를 bra로 들은데서 비롯된 것임을 밝혀두고 싶다. 어찌되었건 오랜만에 만난 하루키의 작품이 반가웠다. 대체 새로운 장편 소설은 언제쯤 나오는건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