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리타
요시모토 바나나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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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마 바나나의 소설 중에서 가장 두꺼운 분량이 아닌가 싶은 이 책 속에는 분량만큼이나 이런 저런 사건들이 많이 들어있다. 딱히 한가지 줄거리가 연속된다는 느낌보다는 3가지로 나뉜 이야기 속에 반복되어 등장하는 사람들의 비일상적인 일상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도무지 현실감이라곤 찾을래야 찾을 수가 없다.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이는 계단에서 굴러서 머리를 다쳐서 기억상실에 걸리지를 않나, 그녀의 아빠가 다른 남동생은 어느날 갑자기 다른 사람의 마음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챈다던지 죽은 사람이 하는 말을 듣는 등 이상한 능력이 생기지를 않나, 집안 구성원도 왠지 철이 없어보이는 엄마에, 바람을 피고 집을 나온 엄마의 친구에, 집을 무슨 하숙집마냥 잠을 자러만 들어오는 사촌동생으로 구성되어 있다. (물론, 여자주인공과 그녀의 남동생도 포함)
 굳이 어떤 스토리라고 요약을 해보자면 일시적인 기억상실에 걸린 여자가 현재 존재하는 자신과 과거에 존재했던 자신과의 관계 속에서 방황을 하는 이야기에 우연찮게 (혹은 필연적으로? ) 연예계에서 활동하다가 결국 자살해버린 여동생의 애인과 사랑에 빠지게 되는데다가, 그녀의 동생은 갑자기 기이한 능력이 생겨버리고 이를 극복해나가는 뭐 그런 과정이 그려진다고 할 수 있다. 그 외 몇 가지 이야기들이 더 있기는 하다만.
 어찌되었건간에 <암리타>는 단편으로 만들 수 있었던 이야기를 지나치게 장편화한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곳곳에서는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너무 신비주의쪽으로 치우친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바나나 소설 특유의 느낌은 적잖이 들었지만... 어찌되었건간에 이 책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이 어떤 상황에 처해있던지간에 이들은 저마다 그 자신에 대해서 찾고자 한다. 어찌보면 이 책은 그 과정에 대한 이야기라고 할 수도...기억을 잠시 잊었다가 책 한권으로 물 밀듯이 기억을 찾아서 과거의 자신와 현재의 자신이 다시 합해지는 주인공 뿐만 아니라 그녀의 집에서 함께 살고 있던 엄마의 친구가 자신의 딸과 살기 위해서 나가는 모습이나 동생의 애인이었고, 현재는 주인공의 애인인 류이치로는 여행을 통해서, 남동생은 본인 스스로 아동원에 들어가서 그곳에서의 경험을 통해서 등등. 여튼간에 자신의 본질에 대한, 그리고 삶의 혼란에 대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여담이지만, 바나나는 단편 쪽에 좀 더 능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과도하게 긴 장편도 이 책뿐인 것 같지만. 물론, 멜랑꼬리아, 암리타,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이렇게 세 가지의 이야기로 구분되어 있긴 하지만. 어찌되었건 암리타 자체의 이야기만 해도 평소 그녀의 이야기 분량은 훨씬 뛰어넘는 것 같으니. 여튼, 바나나 소설은 몽환적, 몽상적, 신비적이라고 할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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