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 짓는 사람
누쿠이 도쿠로 지음, 김은모 옮김 / 엘릭시르 / 2013년 5월
품절


사고가 발생했을 때 갖가지 '만약'의 수가 하나도 들어맞지 않기 때문에 비극이 일어나는 법이다. -8쪽

사람은 타인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이해하는 줄 알지만 실은 무엇 하나 모르는 것 아닐까. 당신의 이웃이 니토와 같은 심성을 지니고 있다고 해도, 그 정체를 알아낼 방법은 없다. 알았을 때는 이미 일이 터져 버린 뒤다. -12쪽

아주 큰 일이 계기가 아니라도 되잖아요. 혼노지의 변도 아케치 미쓰히데가 어째서 모반을 일으켰는지는 밝혀지지 않았잖아요. 남이 보기에는 '고작 그 정도의 일로?'라고 치부할 일이라도 당사자에게는 상대를 죽이고 싶을 만큼 용서하지 못할 일도 있는 거죠. 작은 일이 쌓이고 쌓여서 니토 씨는 가지와라 씨를 용서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는지도 몰라요. -149쪽

동기는 통상적인 감각으로는 밝혀낼 수 없다. 하지만 니토는 이미 책을 둘 곳을 마련하려고 아내와 딸을 죽였다고 고백한 인간이다. 보통 사람은 이해하지 못할 이유로 사람을 죽이는 인물이라면 가지와라에게도 이상한 동기로 살의를 느끼고 있던 것은 아닐까. (중략)
세상에는 살인이라는 금기에 대한 관념이 완전히 결여된 인간도 있다. 그러한 인간에게 살인은 사태를 해결하는 한 가지 수단에 불과하다. 죄악감이라는 억제 장치가 없으면 인간은 얼마든지 쉽게 결단을 내리는 법이다. -154쪽

속단에 빠진 사람은 자신을 객관적으로 보지 못한다. 인간은 자신의 기억조차 상황에 유리하도록 바꾸는 법이다. 그럴 가능성을 입에 담는 것만으로도 나카자토 씨의 증언은 신뢰가 갔다. -173쪽

"선생님을 책망할 생각은 없어요. 선생님이 아니라 세상 사람 이야기를 하는 거라고요. 세상 사람들은 모두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를 원하죠. 이해하지 못하면 찜찜하거든요."
"누구든 그렇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살해당한다니 무섭잖아."
"그렇게 말씀하셔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나니까 어쩔 수 없잖아요."-325~6쪽

"실제로는 다른 사람의 마음이 어떤지 모르잖아요. 살인귀는 물론 가까운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실은 모른다고요.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아는 남편이 세상에 몇 명이나 있을까요? 부모는요? 자식은요? 연인이나 친구의 생각을 백 퍼센트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초능력자죠. 누군가의 마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걸 잘 알면서 왜 살인범의 심리만은 이해하지 못하면 불안해하는 걸까요?"-326쪽

상대의 마음속 깊은 곳까지 꿰뚫어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인간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남을 본다. 어떤 사람은 니토를 선한 사람으로 보았고, 어떤 사람은 이상한 살인귀로 보았다. 나는 니토를 이해하지 못할 가치관의 소유자로 보았다. (중략) 전부 나라는 필터를 거친 허상이다. 허상은 허상일 뿐 진실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니토뿐만이 아니라고 쇼코는 지적했다. 우리는 타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이해한 척하며 살고 있다. 자신들이 이해한 척한다는 사실조차 보통은 잊고 있다. 안심하고 싶기 때문이다.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하면 바로 불안해지니까. 그 눈속임을 백일하에 드러내는 니토라는 존재에 우리는 이상한 흥미를 보였다. 전부 자신의 불안을 억누르고 싶기 때문이었다. -33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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