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그 당시 나는 깨닫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언젠가 누군가에게, 되돌이킬 수 없을 만큼 깊은 상처를 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간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는, 그 인간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입히고 말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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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체험으로부터 내가 체득한 것은, 겨우 한 가지의 기본적인 사실에 지나지 않았다. 그것은, 나라고 하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악을 행할 수 있는 인간이라는 사실이었다. 나는 누군가에 대해 악을 행하고자 생각한 일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러나 생각이나 동기에 어떻든 간에, 나는 필요에 따라서는 몰염치하고, 잔혹하게 굴 수 있었다. 나는 진정으로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안 될 상대에게조차도, 그럴듯한 이유를 붙여서,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결정적인 상처를 입힐 수 있는 인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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