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1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김진욱 옮김 / 문학사상사 / 1996년 6월
구판절판


당장이라도 의식을 잃어버릴 듯했지만 하루가 끝나는 감미로운 의식을 빼놓을 수는 없었다. 나는 침대에 파고들어 가 잠이 들기까지의 편안한 한때를 그 무엇보다도 좋아한다. 뭔가 마실 것을 가지고 침대에 파고들어 가 음악을 듣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한다. 아름다운 해질녘과 깨끗한 공기를 좋아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나는 그런 시간을 좋아했다-100쪽

기대를 하니까 실망하게 되는 법이다-108쪽

타인으로부터 배운 건 그것으로 그치고 말지만, 자신이 스스로 습득한 건 자네의 몫이 되네. -127쪽

찬란한 내일은 아직 그 누구의 손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남아 있었다.-182쪽

몇 번씩이나 말하는 것 같지만, 자네는 아직 완벽하지 못한 인간일세. 미망속에서 헤매기도 하고, 허점도 많고, 또 후회도 하고, 게다가 나약하기까지 하네. 명심하게, 겨울은 자네에게 있어서 가장 위험한 계절이라는 걸. -218쪽

그러나 그녀를 집까지 바래다 주고 난 후 헤어지고 나면 나의 상실감은 그녀를 만나기 전보다 훨씬 더 깊어진 듯 느껴진다. 나로서는 그 종잡을 수 없는 상실감, 그 결핍감을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그 상실감이라는 우물은 너무나도 깊고, 너무나도 어둡고, 너무나도 음침하다. 아무리 많은 흙을 채워 넣어도 그 공백을 메울 수 없을 것 같았다.-223쪽

상실한 것이 너무나도 많았고, 나 또한 몹시 지쳐 있었다. 그런 무력감 속에서 내 의식도 조금씩 엷어져 갔다. 마치 사라져 가는 의식을 몸으로 겨우 저지하고 있는 것 같은 기묘한 분열감이 나를 엄습했다. 어느쪽에 내 몸을 맡기면 좋을까.-225쪽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들의 영위법은 언제나 이렇다. 공들여 쌓아 올리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그것을 파괴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해야 빛이 반짝하는 한 순간이다.-281쪽

인간은 누구든지 뭔가 하나쯤은 일류가 될 수 있는 소질을 갖고 있어요, 그것을 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죠. 끌어낼 줄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조리 덤벼들어서 그 싹을 짓밟아 버리니까 그 많은 사람들이 일류가 도리 수 없는 거예요. 그리고 그 싹은 그대로 시들고 마는 거죠.-28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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