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테크리스타
아멜리 노통브 지음, 백선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04년 11월
구판절판


몸은 세가지 미적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힘, 우아한 기품, 충만함이 그것이다. 어떤 경이로운 몸들은 세 가지를 모두 지니기도 한다. 그와 반대로 내 몸은 이 세가지 경이로움을 눈곱만큼도 갖지 못하였다. 결핍이야말로 내 몸의 모국어였다. 내 몸은 힘의 결핌, 우아한 기품의 결핍, 충만함의 결핍을 표현했다. 내 몸은 허기진 울부짖음을 닮았다.-20쪽

미칠듯한 사랑에 대해 나는 이런 생각을 품고 있었다. 언젠가 내가 그런 사랑을 하게 된다면 이별은 상상도 할 수 없을 거라는 생각 말이다. -61쪽

대개 누군가가 잘 생겼는지 못 생겼는지 결정하려면 오래 생각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문제는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이며, 게다가 어느 한 사람의 신비의 열쇠가 거기에 있는 것도 아니다. 외모란 그저 하나의 수수께끼에 지나지 않으며 유달리 까다로운 수수께끼도 아니다-86쪽

아르셰(archee)는, 다리가 미치는 거리를 보폭이라 하듯, 화살이 미치는 사정거리를 말한다. 이 말만큼 나를 꿈꾸게 하는 말도 없다. 이 말에는 끊어질 정도로 팽팽하게 시위가 당겨진 활과 화살, 그리고 무엇보다 시위가 당겨지는 숭고한 순간, 쏘아진 화살이 솟구쳐 날아가는 순간, 무한을 향한 지향, 그리고 활의 욕망이 제 아무리 강력하다 해도 화살이 날아갈 수 있는 거리에는 끝이 있기 마련이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의연한 실패, 한참 날다 멈춰버리는 활기찬 추진력등이 내포되어 있다. 따라서 아르셰는 멋진 비약이요. 탄생에서부터 죽음까지를 내포하고 있으며, 한 순간에 불타버리는 순수한 에너지라고 할 수 있다-93쪽

입맞춤은 나를 매료시켰다. 서로 말을 하지 못하게 만들면서도 타인을 독특한 방식으로 알게 하는 접촉이 나는 신비하기만 했다-9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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