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출간된 이래 문화체육관광부 우수교양도서, 네이버, 다음, 네이트 '오늘의 책'으로 선정되고, 인터넷서점마다 수십 편의 리뷰가 남겨지는 등 각계각층의 사랑을 받았던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새 옷을 입고 돌아왔습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절판된 후에도 이장희 선생님은 동아일보, 불교신문 등 매체 연재와 개인전시회를 통해 대중과 꾸준히 소통해왔지만 책으로는 더이상 만날 수 없었기에 이를 아쉬워하는 독자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중고로 몇 배가 되는 가격에 거래가 되는 현상도!) 그런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부분은 기존의 책과 어떻게 차별점을 둘 것인가였습니다.
구판과 개정판의 차이를 사진과 함께 설명하는 것이 이해가 편할 듯하여 준비한 자료사진! :)
우선 표지가 바뀌었습니다!
일러스트로 서울을 담은 책이라 본문에 수많은 일러스트가 나오는데,
서울을 대표하면서도 부담스럽지 않은 이미지를 여럿 두고 고민하다가 창경궁 일러스트를 심플하게 넣어봤습니다.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뭔가 보완할 부분이 없을까 하고 인터넷서점에 올라온 리뷰를 쭉 읽어봤는데, 몇몇 분들께서 '글씨가 작다'는 의견을 주셔서 전체적으로 그림과 글씨 크기를 수정했습니다. 같은 판형에서 글씨와 그림만 키우는 건 좀 애매해서 가로, 세로 사이즈를 모두 조금씩 키웠습니다. 나란히 둔 사진에서는 잘 티가 나지 않아 모서리만 슬쩍 한 컷.
각 장의 시작 페이지도 조금 손 봤습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개정판을 준비하면서 가장 놀랐던 부분은 이 책이 출간된 이후 변한 서울의 모습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은 골동품이 아니다. 끊임없이 변하는 유기체이기에 오늘도 자동차 내비게이션 회사에서는 지도를 수정하느라 분주하다. 많은 옛 건물이 개발이라는 명목하에 사라져갔다. 둘러보면 한국전쟁 이후의 모습, 나아가 잘 다듬어진 신도시의 모습이 주를 이룬다. 역사도시라기에는 초라할 정도다. 그래서 더욱 사라진 것들에 대해 알고 싶어졌다. 이제는 새로 지어진 고층건물 때문에 보이지 않는, 가려진 옛이야기와 만나고 싶었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 서울의 시간을 그려보고 싶었다. 내 스케치 속 서울도 시간의 흐름을 따라 계속해서 변해갈 것이란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의 서울 스케치 여행 또한 내가 살아 있는 한 언제나 진행형이다. _본문에서(21쪽)
선생님께서는 네비게이션 회사에서 지도를 수정하느라 분주하다 하셨지만, 편집부 역시 수정하느라 분주했습니다. 마지막에 마지막까지 '이 장소가 여전히 남아 있느냐'를 확인하지 않으면 안 됐습니다. 워낙에 생겼다가 사라지는 것이 많은 서울이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지금, 서울'의 이야기를 담아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아래 사진을 잠깐 예로 들자면, 구판(위)에는 없는 중국대사관에 대한 설명과 현재 공사중인 중국대사관 신축건물에 대한 내용 등을 덧붙였습니다. 이 외에도 집필 당시에는 있었던 대오서점, 와우트래블 갤러리 등은 이제 사라졌지만, 책에는 그 흔적을 담아두었습니다.
개정판은 그냥 출판사만 바꾸고 표지만 바꾼 거 아니냐, 하실 분들을 위해 구판에는 없었던 서울의 이야기를 두 챕터 더 담았습니다. 바로, '환구단'과 '서울성곽'. 두어 챕터를 더 추가하는 과정에서 경희궁, 남산 등 다양한 장소가 물망에 올랐었는데, 최근 들어 조금씩 복원돼 옛모습을 찾아가는 서울성곽은 제 개인적인 궁금증 때문에 적극 추천(?)해 결국 환구단과 서울성곽으로 최종 낙점했습니다. 환구단은 서울시청 근처에 있어 서울시청사 이야기도 곁들였습니다.
이장희 선생님은 이 책에서 서울 여행이 어렵지 않다고, 일상에서 발길 한 번, 마음 하나 돌리면 바로 여행이 시작된다고 하셨습니다. 그 말처럼 무심결에 지나친 곳에 마음을 담아 발을 들여놓는 것만으로도 서울 여행은 시작됩니다. 거창하게 짐을 싸고 일정을 계획하지 않아도 좋고, 이장희 선생님처럼 서울을 스케치하지 않아도 좋습니다. 그저 그 장소에 머물며 지나가는 사람들, 새가 날아가는 하늘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만으로 서울 여행은 충분합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와 함께 이 책에서 소개한 경복궁, 명동, 숭례문, 인사동, 정동, 청계천 등 서울 곳곳을 누빈다면 분명 서울은 그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