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전혜린 에세이 1
전혜린 지음 / 민서출판사 / 2004년 6월
품절


사랑의 행위에서도 지적인, 너무도 지적인 것이 현대인이다.-28쪽

사랑은 일종의 영구적 예외의 상태이며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또 자기 자신에 대한 또 자기들 이외에 존재하는 모든 것에 대한 투쟁 상태다-33쪽

추억은 괴로왔던 일로만 달리게 되는지도 모른다-59쪽

사랑하면서도 남이 어떻게 생각할까 따위를 고려하고 그 연후를 계산하고 하는 진정하지 못한 태도는 그들이 배격하는 바다. 일단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다. 변명이나 보류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그들의 답변이다.-101쪽

누가 그들을 쫓는 것일까? 바로 자기 자신들인 것이다. 케스트너의 말처럼 원을 그으면서 달아나고 있는 것이다. 무서운 불안과 공포감을 가지고 그들은 그들 자신으로부터 도피하고 있다. 그들은 마취를 찾는다. 절대로 혼자여서는 안되니까, 고독만은 필사적으로 피해야 하니까, 자기 자신과의 대면이 무서운 것이다.-105쪽

내가 미치도록 그것이 될 것을 원했던 것으로 되는 대신에 자기가 미처 생각지도 못했던 가장 의외의 방향으로 어느새 자기가 형성되어 버린 것을 발견한다-113쪽

아름다운 꿈을 꿀 수 있는 특권이야말로 언제나 새해가 우리에게 주는 유일의 선물이 아닌가 나는 생각해본다.-117쪽

지금도 앞으로도! 꿈 없이는 살 수 없다. 눈에 보이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현실만이 전부라면 인간은 살아갈 가치가 없는 무엇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상과 꿈이 우리를 만든다. 우리에게도 뜻밖인 형태로. -125쪽

처음에는 모든 것이 호기심을 끌고 알고 싶고 아끼고 싶다. 그러나 모든 것의 파괴자이고 인간의 적인 시간은 여기에서도 또 한번 맹위를 보인다. 즉 가장 뜨거웠던 사랑도 '시간'에는 이기지 못한다는 사실을 우리는 뒤늦게나마 알게 된다. 그리고 우리를 옭아맨 거미줄을 통탄한다. -172쪽

우정이나 사랑은 그것의 본질에 있어서 파악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방향으로 나의 의식을 나날이 선택하는 나의 태도, 즉 나의 의식의 의도에 의해서만 그러한 것들은 존재할 수 있는 것이다. 사랑이란 절정으로 승화된 순간을 말하는 것이며 가득찬 순간, 자기 의식과 타의 의식이 완전히 하나가 된 순간을 말할 것이다-181쪽

결국 외모의 미추란 편견인 것이리라. 우리의 심적 이미지에 의해서 그것은 좌우되며, 시간이나 공간에 예속되어 있다. 그러나 오나전히 자유롭고 완전히 순수한 어린 아이의 마음에는 미와 추의 이 판단은 없는 것이다. 빈부의 판단이 없듯이..-2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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