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2/63 - 2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12월
장바구니담기


"성함이……."
"도라고 합니다. 존 도."
-16쪽

갈림길에 다다른 남자와 여자가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한 채 그 자리에서 시간만 보내는 경우도 있다. 잘못 선택했다가는 끝장임을 알기에…… 살려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음을 알기에. 1962년의 그 잔인하고 우울했던 겨울에 새디와 내가 그랬다. -97쪽

디크 시먼스는 슬픈 영화를 볼 때마다 손수건을 한 장 더 챙기는 사람답게 우리의 재결합에 진심으로 기뻐했다. 엘리 도커티는 그렇지가 않았다. 내가 그때 알아차린 한 가지 희한한 사실이 있다. 비밀을 잘 지키는 쪽은 여자들이지만, 비밀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는 쪽은 남자들이라는 것. -262쪽

"이런 일본 속담이 있었어요. '사랑에 빠지면 곰보 자국도 보조개로 보인다.' 나는 어떻게 보이든 당신 얼굴을 사랑할 거예요. 왜냐하면 당신 얼굴이니까."-347~8쪽

모든 게 퍼뜩 선명해지는 순간이 찾아오면 세상에는 별 게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는 사실이겠지만, 이 세상은 외침과 메아리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는 기계장치에 불과하다. 톱니와 바퀴로 이루어진 척하지만, 우리가 인생이라 부르는 신비로운 유리 덮개 밑에서 시간을 알리는 꿈의 시계인 척하지만 그게 아니다. 그 뒤에는 뭐가 있을까? 그 밑에는, 그 주변에는 뭐가 있을까? 혼돈, 폭풍, 망치를 휘두르는 남자들, 칼을 휘두르는 남자들, 총을 쏘는 남자들. 군림할 수 없는 게 있으면 왜곡하고,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으면 비하하는 여자들. 조명 하나 외로이 비추는 무대에서 어둠을 무릅쓰고 춤을 추는 인간들, 그 주변을 에워싼 공포와 상실의 세계. -399~400쪽

현자들마저 믿을 수 없는 암흑의 시대에도 사랑한다는 선언은 제 몫을 하는 법이다. -402쪽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그런데 내가 또 이것만큼은 분명히 알고 있다. 과거가 고집이 센 이유는 거북 등껍질이 단단한 이유와 같다는 것. 그 안의 속살이 여리고 방어 능력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
그리고 또 한 가지 있다. 우리는 일상의 수많은 기회와 가능성이라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는 것. 이것들이 기타 줄과 같다는 것. 우리는 이 줄들을 퉁기며 즐겁게 연주한다. 화음을 만들어 낸다. 그러다 줄을 추가한다. 10개, 100개, 1000개, 100만 개. 줄의 숫자는 곱절로 늘어나니까! 해리는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의 정체를 알지 못했지만, 나는 안다. 그건 줄이 너무 늘어나서 화음이 너무 많이 만들어졌을 때 나는 소리다.
높은 도 음을 진성으로 우렁차게 내면 고급 크리스털이 깨질 수 있다. 음이 제대로 맞아떨어지는 화음을 스테레오로 크게 틀면 유리창이 깨질 수 있다. 그러니까 시간이라는 악기의 줄이 너무 많아지면 현실이 깨질 수 있다(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는 그렇다). -714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