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묘점 세이초 월드
마쓰모토 세이초 지음, 김욱 옮김 / 북스피어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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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쓰모토 세이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호칭은 '사회파 미스터리'다. <점과 선> <짐승의 길> <모래그릇> 등 그동안 출간된 작품들은 조금씩 분위기나 정도의 차는 있었지만 내 나름대로 구축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의 이미지와 그리 거리가 멀진 않았다. 하지만 <푸른 묘점>은 기존의 작품과는 구분됐다. "유명 작가에게 씌워진 표절 의혹과 살인사건, 편집자 콤비가 이를 추적하다가…… 연애한다"라는 다소 장난스러운 띠지문안에 키득거리며 책을 폈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푸른 묘점>을 편집하다가 살인낼 뻔했다는 솔로편집자의 마음을 십분 이해하게 됐다.


  이야기는 문예잡지 편집부의 신입 사원인 노리코가 담당 작가인 무라타니 아사코에게 어떻게든 원고를 받아내기 위해 하코네로 떠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까탈스럽지만 글만은 빼어난, 무라타니의 비위를 맞추며 그녀의 탈고를 기다린다. 그렇게 원고의 완성을 기다리며 산책을 하던 노리코는 안개 속에서 이상한 조합의 두 쌍을 목격한다. 원고 마감으로 바쁠 무라타니 아사코와 잡지사에 자극적인 기사를 팔고 다니는 다쿠라 요시조가 하나, 아사코의 남편인 무라타니 료고와 미지의 여자가 다른 하나였다. 호기심이 동하지만 그냥 넘길 수도 있었던 이 일은 다음 날 다쿠라 요시조가 벼랑에서 떨어져 죽은 채 발견되며 급변한다. 과연 다쿠라는 자살을 한 것일까 하는 의문을 품은 노리코는 이를 편집장에게 제기해 그의 지시로 동료 편집자 다쓰오와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치게 된다. 이후 무라타니 아사코의 남편의 실종, 아사코의 대필 문제의 대두, 그 외의 살인과 자살 등으로 사건은 점점 복잡해지고 두 아마추어 탐정은 계속해서 고전하게 된다. 


  여류 작가의 표절과 그 주변인들의 얽히고설킨 이야기가 중심 소재고, 문학을 매개로 한 욕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지만, 그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것은 이 사건을 함께 조사하는 노리코와 다쓰오의 관계다. 처음에는 "사람들 앞에서는 말할 생각이 없었는데 이상하게 사키노에게는 꼭 들려주고 싶었다" 정도의 감정이었던 것이 어느샌가 그가 땀을 닦는 모습에 흐뭇해하고, 그를 생각하며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그의 손을 잠시 잡고는 그 감촉을 한동안 못 잊는 지경에 이른다. 단서를 쫓기 위해 무단결근에 특근도 마다않고 함께 수사를 진행하며 아옹다옹하는 모습이 보기 좋(을 리가 없)았다. 너무 우연이 잦고, 사건이 늘어지는 경향도 없잖아서 본격미스터리로는 갸웃할 수밖에 없지만 마쓰모토 세이초의 팬에게는 '세이초가 이런 소설도 썼구나' 하는 발견의 기쁨도 있다. 세이초가 이렇게 부농부농한 이야기를 쓰다니! 

 

  다쿠라 요시조는 사고사일까, 타살이라면 누가 왜 죽였을까, 무라타니 료고는 어디로 사라졌는가, 무라타니 아사코는 표절을 했는가, 그렇다면 누구의 글인가 등 다양한 의문을 던지고, 이 의문을 아마추어인 두 편집자가 풀어가는 터라 사실 굉장히 어설프고 마지막까지 종잡을 수가 없다. 하지만 읽다보면 의문점이야 어떻게든 해결되겠지 싶어지면서 미스터리에는 손을 놓고 몸을 배배 꼬면서(때로는 절규하면서) 연애감정이 생겨날 무렵의 두 사람을 지켜보게 된다. 하나의 사건의 비극적 결말, 다른 한 사건의 해피엔딩이 묘하게 엉켜 있지만 산만하지는 않으면서도 낯간지러워서 지금까지 출간된 세이초의 어떤 작품보다 그의 새로운 모습을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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